여정(旅情)

러시아, 북유럽 여행기록 제6일/ 우아하고 기품 있는 시청사가 고요한 멜라렌 호수에 비쳐서 더욱 빛나 보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오른쪽 튼실한 허벅지를 가로질러 4시간 걸려서 왼쇠핑에..

청솔고개 2021. 5. 19. 12:54

러시아, 북유럽 여행기록 제6일

                                                                      청솔고개

 

   크루즈 실야라인 투루크에서 스웨덴(SWEDEN)의 스톡홀름(Stockholm)까지의 발트 해 보트니아 만 입구를 미동도 없이 편안하게 실어다 주었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떠다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이었다. 그냥 얼음 위를 미끄러져 흘러가는 것 같았다. 선상에서의 하룻밤은 그야말로 꿈결 같았다. 정말 짜릿한 선상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더없이 낭만적인 지난밤이었다. 첫날밤의 두근거림 같은 걸까?

   2016. 5. 19(목)06:38~07:30 스웨덴 스톡홀름 도착-시 청사 가는 길

   아침 5시 좀 지나 일어나 선상 뷔페로 아침 식사를 하고 배에서 내렸다. 드디어 스웨덴 입국이다. 이 나라는 스칸디나비아의 다른 나라들처럼 상당히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동쪽 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대서양을 순환하는 멕시코 난류 덕분에 겨울에도 온화한 편이다. 이 나라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삼림으로 덮여 있고 10만 여개나 되는 호수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나라다. 45만k㎡ 가까이 되는 면적에 인구는 9백만 조금 더 되니 스칸디나비아 다른 나라처럼 정말 공간적 여유가 넘친다. 따라서 쾌적지수도 다른 나라 못지않게 높은 인상을 받았다. ‘북유럽에 반하다, 스톡홀름 편’에 ‘와! 멋지다. 프라하와 비슷한 분위기다. 서청사로 먼저 가자.’에서 보듯이 우리도 스톡홀름 시가를 지나 시청사로 향했다. 스톡홀름은 750년의 역사를 지녔고 14개 섬이 57개 다리로 연결된 특이한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다.

   2016. 5. 19(목)07:31~08:43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스톡홀름 시청사에 도착하니 아침 7시 30분, 이른 시간이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시청사가 고요한 멜라렌 호수에 비쳐서 더욱 빛나 보였다. 시 청사 안에서는 매년 노벨상 수상 파티의 무도회장으로 사용되는,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황금의 방은 방 전체가 번쩍번쩍하여 “이거 진짜 금인가요?”하고 묻는다고 한다. 1,800만 개의 얇은 금박 모자이크로 만든 거라고 했다. 정면에는 멜라렌 호수의 여왕이 앉아 있고 왼편에는 동양이, 오른편에는 서양이 그려져 있다. 이 벽화는 그래서 스웨덴이 세계의 중심에 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선택 관광으로 일인당 30유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외관만 보아도 충분히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우리 팀은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좀 양보했다고나 할까? 대신 밖에서 그 이상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바다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경치가 대단했다. 아름답고 품격 있고 멋진 건물, 녹지, 신선한 공기, 주변 맑고 깨끗한 호수와 섬의 풍광, 기념품 가게, 황금으로 칠해진 누워있는 동상도 보면서 맘껏 사진도 찍고 망중한의 한담을 즐겼다.

   2016. 5. 19(목)08:45~09:20 스웨덴 스톡홀름 바사 박물관(Vasa Museum) 가는 길

   이어서 9시 좀 전에 다음 코스인 바사 박물관으로 출발하면서 스톡홀름 시가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섬을 이어놓은 다리와 아기자기하고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 잡은 건축물은 시각에 따라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톡홀름중앙역 근처, 세르겔 광장 중심으로는 오래된 문화적 전통을 곱게 보존하는 이들의 높은 문화의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수백 년씩 되는 건축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이름을 다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즐비했다. 하나하나 다 답사하려면 이 도시만 해도 몇 달은 체류해야 할 것 같았다. 한 마디로 고품격 도시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잘 꾸며진 장난감 기차 같은 트램이 여유롭게 도심을 오간다. 제복을 멋있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이 무척 색달랐다.

   2016. 5. 19(목)09:23~10:43 스웨덴 스톡홀름 바사 박물관과 그 주변의 묘지 등

   유르고르덴 섬 해변에 자리잡고 있는 이 바사 박물관은 그 성격부터 특이했다. 막강하고 우수한 스웨덴의 해군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1625년에 왕실에서 건조한 배로, 1628년 8월 10일 첫 항해를 했다가 의문의 사고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선하고 있었던 150여 명 중 30명이 익사했는데 침몰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16세기 후반 스웨덴을 유럽의 강호로 만든 구스타브2세를 상징하기 위해 뱃머리에 장식한 사자상이 인상적이다. 바사 호 출항 당시 내부에 있었던 가치 있는 물건도 함께 전시해 놓았다. 특히 커다란 구경의 대포가 무척 실감났다. 바다 뻘 속에서 발굴해 낸 거라 온통 검은 색이지만 잘 보존된 선체의 목재가 돋보인다. 모든 게 95%이상 원형 그대로이다. 7층으로 되어 있는 박물관의 각기 다른 위치에서 배의 아래, 옆, 위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마치 웅장한 예술품 같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찾는 박물관으로 일 년에 백만 명 가까이 방문한다고 한다. 박물관 주변을 돌아서 바닷가를 산책하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엽서의 모델이 될 것만 같은 깔끔하고 낭만적이며 이국적이다. 어선, 요트, 여객선 같은 배들이 여러 개의 섬 사이로 그림 같이 펼쳐져 있다. 우리 일행은 여기서 몇 커트 담았다. 이어서 근처 북방민속박물관이 눈에 뜨인다. 16세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직물, 의복, 가구 등이 시대 순으로 전시되어 북유럽의 의식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시간 관계 상 외관만 보고 안은 볼 수 없어서 참 아쉬웠다. 지금의 건물은 1897년 스톡홀름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운 것으로 외관은 네덜란드의 건축 양식에서 영향 받은 덴마크 르네상스 양식이다. 대신 근처에 있는 도심 공동묘지를 참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묘지를 덮고 있다. 그 벚꽃 뒤로 북방민속 박물관이 환상적으로 비춰 보인다. 이 북국에도 봄이 되니 벚꽃이 핀다는 평범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아주 규모가 큰 화려한 구조물로 된 묘지부터 소박한 작은 이름이 새겨진 묘지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몇 장 담아놓았다. 우리나라 비석처럼 직사각형의 평범한 모양도 있으나 대체로 십자가가 붙어 있었다. 묘지 잔디밭에는 역시 샛노랗거나 새하얀 민들레가 수놓고 있었고 튤립 몇 송이가 땅에서 피어나고 조화 몇 다발도 놓여 있어 여기서도 망자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었다. 이 역시 긴 여행에서 언뜻 스쳐가는 소중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여행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도 있다.

   2016. 5. 19(목)10:47~11:51 스웨덴 스톡홀름 바사 박물관-스톡홀름 카그네스 전망대 식사

   다음은 점심 식사 코스. 카그네스 탑 전망대로 향했다. 155m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온통 숲에 덮인 스톡홀름의 아름다운 전망이 볼만하였다. 도시에 여유가 넘치는 것 같았다. 9할은 숲이고 그 사이로 띄엄띄엄 건물이 자리 잡고 있으며 더 멀리는 강인지 섬 사이 바다인지 모를 넓은 호수 같은 것이 장관을 이룬다. 5월의 숲은 여기서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저녁이면 스톡홀름의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내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주변도 한번 둘러보았다. 내려와서 쉬는데 일정상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다.

   2016. 5. 19(목)12:07~13:25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 거리-왕궁

   이어서 감라스탄 거리를 찾았다. 옛 도시 길이다. 골목길에는 왕궁과 성당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거리 북쪽에 있는 왕궁은 바로크식과 로코코 식의 건축물로 13세기에 건립되었다가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 건물은 1754년에 완성된 것이다. 유럽의 최고 예술가와 장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화려한 600여개의 방 중 일부가 공개된다고 한다. 1982년도까지 스웨덴 왕궁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국왕의 집무실과 스웨덴 왕실의 공식행사에 사용되고 국왕일가는 드로토닝홀름 궁전에서 생활하고 있다. 보물의 방과 여기에 제시된 에리크 14세의 화려한 왕관이 압권이다. 왕궁을 구경하고 남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성당이 나온다. 대성당은 왕실의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13세기 때 세워졌다. 예로부터 국왕의 대관식과 결혼식이 거행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다. 그냥 입구에만 들어가서 잠깐 보고 자세히 살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곳은 또한 다양한 콘서트와 행사가 열리는 시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왕궁 안뜰에서 열리는 위병교대식이 인기 있는 관광이벤트라고 하는데 우리는 못 보고 그냥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색 복장의 위병만 보았다. 그 앞에는 옛날 구루마 큰 바퀴 같은 것 위에 거치되어 있는 대포가 장식물처럼 놓여 있다. 옛 돌로 포장된 이 거리는 좁고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옛것이 남겨져서 이렇게 문화적으로 주목 받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우리는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를 여행한다. 일행들이 서로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맞닥뜨린다. 대광장의 노천카페에서 차와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의 표정이 더욱 여유가 있어 보이고 그 여유를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베란다에 놓인 화분의 꽃들이 무척 화려해 보였다. 안내서에는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를 배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고 해 놓았지만 나는 일정상 언감생심이다.

    2016. 5. 19(목)14:14~17:06 스웨덴 스톡홀름-스웨덴 왼쇠핑 이동

   이제 덴마크로 가기 위해서 버스로 왼쇠핑으로 이동했다. 도로 연변은 새파란 초지와 샛노란 유채꽃밭, 민들레꽃 밭이 이어져 있다. 호수인지 강인지 모를 맑은 물길에 비치는 땅버들, 수양버들의 그림자가 이국 봄날의 여정을 더욱 짙게 해 주었다. 내 생애 언제 다시 이곳을 찾으리오. 이리 생각하니 한 순간 순간이 더욱 절대적으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아쉬운 느낌이 절실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오른쪽 튼실한 허벅지를 가로질러 4시간 걸려서 왼쇠핑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좀 지났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었다.[2016. 5. 19. 목. 맑음.]    2021.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