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유럽 여행기록 제7일
청솔고개
2016. 5. 20(금)07:08~10:44스웨덴 왼쇠핑-FERRY로 이동-덴마크 헬싱괴르
아침 7시 좀 지나 FERRY로 덴마크 헬싱괴르(Helsingør)로 이동하니 11시가 다 됐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연결해 주는 이 페리는 어제 우리가 묵은 크루즈에 비하면 연락선 같았다. 커피 한 잔, 이야기 한 자락에 그만 호수 같이 잔잔한 바다 국경을 넘는다. 드디어 덴마크에 내렸다. 덴마크 동부다. 동화의 나라 덴마크의 정식 명칭은 덴마크 왕국, 스칸디나비아 3국 가운데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유럽 대륙과 반도로 연결되어 있다. 유틀란트 반도, 셸란 섬과 핀 섬 등 500개 가까운 섬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덴마크는 스칸디나비아 3개국 가운데 가장 작은 나라다. 하지만 16세기에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남쪽 지방을 지배하기도 했다. 한편 노르딕 3국이라 하면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라 해서 덴마크는 빠진다. 평평한 지형의 덴마크와는 달리 노르딕 3국 사람들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 스포츠가 발달한 나라의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6. 5. 20(금)10:48~11:46덴마크 헬싱괴르 크론보그성-코펜하겐으로 이동
코펜하겐으로 가는 도중 한 고성을 멀리서 조망한다. 크론보르성(Kronborg Castle)이다. 바다 건너 스웨덴에 대한 전략적 요충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무대가 되는 엘시노어 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면 현재는 해상박물관으로 이용된다. 작중 엘시노어성은 크론보르 성을 모델로 삼았다는 것이다. 랠프 베리라는 교사이자 작가는 “셰익스피어는 헬싱괴르 항구와 크론보르 성을 한 단어로 합쳤다. 바로 엘시노어 성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시간 관계로 우리 일행은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그냥 먼 배경으로 찰칵. 이제 벌써 다섯 번 째 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아득한 여정임을 실감할 뿐이다. 코펜하겐 가는 길은 동화의 길처럼 아름다웠다. 집집마다 흐드러지게 핀 자줏빛 라일락이 정겹다. 시내 가까이 가자 길가에 정장차림, 혹은 편하게 입은 시민들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특이하다. 100년에 세계 최초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 덴마크답게 자전거 우선 정책이 확립되어 자전거 교통이 훨씬 안전하기도 해서 무려 35% 정도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코펜하겐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차 안에서 가이드가 1843년에 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마공원 티볼리 공원을 안내한다. 회전목마, 제트코스터 등 각종 놀이시설 이외에도 40여 개나 되는 레스토랑, 콘서트홀, 야외음악당이 들어서 있다고 하는데 역시 일정 상 들여다보지는 못한다. 밖에서도 길다랗고 높다란 놀이기구들이 눈에 뜨인다.
2016. 5. 20(금)12:47~14:02 덴마크 코펜하겐-아멜리안보그성-크리스티안보그성 등
점심을 먹고 1시 조금 지나 크리스티안보그성을 먼저 간다. 돌로 된 아치형 출입문을 들어가니 바로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동상이 우리를 맞는다. 내가 20대에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에 목말라할 때 읽은 “죽음에 이르는 병”의 원작자가 아직도 고뇌에 찬 표정이 아니라 맑고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모두들 이 앞에서 찰칵! 이어서 국회(왕실)도서관이 검붉고 담장이 넝쿨이 덮여져 있어 더욱 고색찬연하다. 여기서도 우리 일행은 그냥 외관만 보고 한 컷 기록해 놓았다. 코펜하겐 설계자의 동상도 보인다. 모든 건물이 그리 높지 않으나 기품이 있어 보인다. 건축물 주변엔 잔디와 꽃나무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어서 잠깐 차로 아멜리엔보그성으로 향해 간다. 도중 시가 양옆으로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멋진 건물들이 즐비하다. 붉은 벽돌과 녹청색 창이 조화로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의 옛 건물을 거쳐 폭이 아주 넓은 운하 근처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도 강 건너 멀리 보인다. 니하운(새로 만든 항구) 항구에 이어진 곳이 니하운 운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정상 역시 이 볼거리 많은 니하운 운하는 못 보는 모양이다. 덴마크가 나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집도 이 근처에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아멜리엔보그성 광장을 중심으로 4개의 건물이 둘러서 있다.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화려한 복장을 한 근위병 하나가 미동도 하지 않고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원래는 귀족들이 살던 곳이었으나, 18세기 말 앞에 본 크리스티안스보그 궁전의 화재로, 이곳을 왕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지붕에 국기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여왕이 체재 중인 것 같았다. 마치고 나오니 2시 조금 지났다.
2016. 5. 20(금)14:13~14:51 덴마크 코펜하겐 운하-게피온분수
다시 큰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게피온 분수로 향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게피온 여신이 네 마리의 소를 끌고 가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거지 노파로 변신한 게피온 여신이 왕인 것을 숨기고 있던 길피에게 어려움이 닥치자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고, 이에 감복한 길피는 게피온에게 황소 네 마리로 하루 낮과 밤을 꼬박 쟁기로 끌 수 있을 만큼 스웨덴에서 마음대로 땅을 떼어가도 좋다는 상을 내린다. 이것을 노렸던 여신 게피온은 아들 넷을 황소로 변신시켜 비옥한 땅을 골라 온 힘을 다해 거대한 땅덩어리를 떼어다가 해협 한중간에 가져다 놓았다. 그 땅이 덴마크의 코펜하겐이 위치하고 있는 셀란 섬이고 땅이 떼어져 나간 부분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멜라렌 호수라고 한다.” 셀란 섬과 멜라렌 호수의 일부 모양이 딱 들어맞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네 마리 소에게 쟁기를 끌게 하며 채찍질해 대는 어여쁜 외모와는 달리 옹골찬 여신의 표정과 고통스럽게 눈이 빠지라고 용을 쓰는 황소 네 마리의 표정이 매우 사실적이고 역동적이다. 그런데 이 분수대 조각은 제1차 세계 대전 때 전사한 덴마크의 선원을 추모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게피온 분수대에서 방향만 바꿔 앉으면 1885년 세워진 성공회 교회가 보인다. 벽면은 타일인지 조개껍질인지 묘한 질감이 나는 걸로 장식되어 있었다. 분수대 저 너머에는 넓은 숲과 아늑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어디 가나 넓고 여유 있는 공간이 부럽다.
2016. 5. 20(금)14:13~14:51 덴마크 코펜하겐 인어공주동상
이어서 바로 옆 랑게리니 거리에 있는 인어공주 상을 보러 걸어서 갔다. 우리 어린 시절 영원한 동심의 로망의 중심이었던 인어공주 상이다. 자그마한 인어공주 상에 대한 얄궂은 운명에 대한 절박함이나 애틋함이 수많이 몰려온 방문객 인파에 그대로 묻혀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 세계적 명소라면 조용히 다가가서 한 번쯤 세밀하게 관찰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복잡하고 떠들썩한 주위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여기서는 다짜고짜 다가가서 인증 사진 찍기에 바쁘다. 명소에 숨겨진 스토리를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도 정말 필요한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곳을 보려니 자연히 한 곳에 머무르는 시간은 더욱 짧아지고 단체여행이 이렇다 보니 또한 여행객들도 조금 천천히 여유를 주면 시간 보내는 법을 모를 것 같았다. 그냥 나도 한 번 거기 다녀왔다 하는 걸 자랑하기 위한 셈인가. 남들과의 여행 대화에서 끼일 수 있는 구실을 만든 걸로 족하면 되는 걸까. 선착장으로 향한다. 결국 덴마크 양식과 북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시 청사와 광장은 결국 찾아보지 못하고 이 동화의 도시 코펜하겐을 떠난다.
2016. 5. 20(금)15:12~05:21(토)08:26 DFDS SEAWAYS선상에서 덴마크 코펜하겐-노르웨이 오슬로도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