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평생을 인간의 운명에 대해 공부하던 한 친구가 본인이 터득한 삶과 죽음에 대한 견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한 걸 보았다.
1. 생명이란 조직되지 않는 상태인 것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사망이란 조직화한 것의 비조직화하는 현상이다.
2. 생명은 설계도에 따라 스스로 지어지는 집이며, 그 집은 자동적으로 자기관리한다. 죽음은 자기관리가 끝나고 집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로의 분산과정의 시작이며, 궁국에는 그 집이 가지고 있는 설계도의 파괴에 이르는 과정이다.
3. 인간은 자기 프로그래밍과 자기 생식이 가능한 생물학적 컴퓨터에 지나지 않다.
4. 인간의 죽음은 삶의 연속 선상이다. 이는 뇌세포 생물학적인 우생이론이 그 바탕이다.
이에 대하여 카톡 토론방에서 잠시 서로 토론한 적이 있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좋은 토론 거리다. 내가 평소에 궁금하게 생각했던 주제다. 위의 주장 전반을 살펴 보니 일견 그럴 듯하긴 하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한 언급이라기보다는 피상적인 언어유희나 순환정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다른 한 친구는 표현을 좀 다르게 했을뿐 현재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바와 일치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설계도라는 것은 유전자이며 비조직은 우리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이며 원소가 모여 조직화된것이 우리몸이며 우리몸은 원소들의 집합체인 하나의 정교한 기계라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해 주었다.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했다.
내가 내 젊은 시절에 시를 공부할 때, 어느 철학자가 한 이 말이 생각난다. "죽음은 생의 한 양식!”
위의 주장에서 '순간을 영원처럼’이란 모토는 아주 공감할 만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말한 ‘인간의 죽음은 삶의 연속선상이다.’가 합리적으로 결부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단편적으로 생각해 봐도 생명과 비생명(죽음)을 단순한 조직의 문제로만 해석한다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나무 한 그루의 일생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씨에서 싹이 터서 자라면서 조직이 확대, 성장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그 조직에 수분, 햇빛, 바람 등의 필수 생명요소의 흡수가 어려워지면 마르거나 썩어서 결국 조직이 해체되는, 즉 비조직(죽음, 조직의 해체)으로 가는 현상은 주변에서 그냥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생명 현상의 유무를 이런 단순한 조직화와 비조직화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더욱 신비하고 고차원적, 초월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자기프로그래밍과 자기생식이 가능한 생물학적 컴퓨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명 현상의 설명은 그 본질 파악이라기보다는 그 표면만을 보고 문제해결에서 지나치게 편의적, 도식적으로 적용한 것 같다. 우리 지구별의 숱한 생명들은 생멸을 반복하고 있다. 아래로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존재라는 바이러스, 단세포 아메바에서부터 인간계까지. 은행나무, 버섯이란 식물의 생명 현상에서 지렁이나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그 생명 현상의 작동 기제가 있다. 이를 근세에 들어와서 수많은 학자들이 탐구하고 있지만 아직 90%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는 지금까지 밝혀진 육체와 정신, 생리와 마음, 기능과 기분의 관계 및 인간의 온몸을 관통하고 있는 정신신경 전달물질 체계, 게놈지도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밝혀질수록 이의 작동 기제의 근원에는 어떤 초월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것은 또 시간의 영원성(시작과 끝의 경계 구분), 공간의 무한정성(우주공간의 끝과 그 너머 세계의 경계 구분) 등 우리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영역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는 뭔가 초월적인 힘이 작동한다고 본다. 이 초월적인 힘이 또한 우주 운행의 질서나 지구촌의 뭇생명현상을 조절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알 수 없는 초월적 힘의 작동으로 보아 불가지론(不可知論)을 지지하고 싶다. 일찍이 헉슬리, 레닌, 데이비드 흄, 이마누엘 칸트 등의 철학과 사상과 연관돼 있다. 인간이 뭔가 많이 안다고 하지만 아직은 90%는 모른다.
여기다가 우생학(優生學)을 접목해서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생뚱맞은 이야기이고 어찌 보면 아주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연 현상을 안다고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고 인간의 오만이 가져온 현상이다. 이런 착각 때문에 인간은 자연을 파헤쳐서 이를 다 알고 정복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더욱 지구촌 뭇 생명들의 생존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CO2 폭증으로 인한 기후 위기 등이다. 우생학은 다윈에서 발상됐으나 그 이론이 히틀러에게 악용당한 점은 비극이다. 게르만 민족의 순수혈통을 보존한다는 미명하에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최악의 비극 초래의 근거를 제공한 이론이다.
결론적으로 '자기 프로그래밍과 자기 생식'의 본질이 문제다. 이런 자기프로그램작동은 결국 자기 생식과 다름없는 개념(용어)인데 그 작동의 근원이 어디인가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 인간은 아직도 생명현상을 비롯한 세상을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봉착하다보니 문득 이미 이 세상을 이별한 몇몇 친구들이 생각난다. 가능하다면 그들과 연락해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보면 될 것 같다. 인류사에서 단 한 사람도 죽었다가 살아온 사람이 없었다. 과학은 모름지기 증명을 할 수 있어야 성립이 되는데 유일하게 증명할 수 없는 게 사후사계다. 따라서 이를 학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불편할 것 같다. 원론적으로 학문 자체로 성립이 될 수도 없다. 그래서 앞의 학자들이 불가지론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반론의 근거다. 2022.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