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산행일기, 삼척 청옥산 3, "정상에 오르니 오후 1시 20분 가까이 되었다. 청옥산 1403.7m, 그래, 이렇게 드디어 올라왔구나! "
청솔고개
2012. 5. 20. 일. 맑음.
오월 하순 이 봄 가는 게 아쉽고 애잔한데 아내는 또 언제부턴가 허리를 구부리고 뭔가를 뜯고 있다. 또 취나물, 나물 몇 종류, 아니 한 두 종류 아는 걸 너무나 대견해 하고 가다 쉬면서 가다가 쉬면서 나물을 뜯는다. 아내의 나물 뜯기 집착은 아낼 가장 여성다운 모습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냇가에서 사고디 줍는 거하고 나물 뜯는 거는 아내가 정말 집착한다. 너무 좋아한다. 한 고개 넘어가면서 쉬기도 하고 뜯기도 한다. 쉬엄쉬엄 가다보니 쑥, 다래순도 보인다. 처음에는 나도 그냥보고 있다가 결국에는 같이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고개 넘어가니 이제 철쭉도 꽃망울 터뜨리고 초봄에나 얼굴 선보이는 자주색 꽃 노란색 꽃들이 앙증맞게 우리를 맞이한다. 이런 데 큰 관심 없던 아내도 여기 지금 오늘은 참 좋아한다.
정상에 오르니 오후 1시 20분 가까이 되었다. 청옥산 1403.7m, 그래, 이렇게 드디어 올라왔구나! 떡과 커피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곁들여 정상주도 한 잔 했다. 아내는 그냥 한 모금 하고 남은 캔 맥주는 내가 마셨는데 달아올라서 취기가 남아 있다. 점심 먹고 다시 다래 순을 따면서 내려오니 오후 2시 20분이다. 아내는 오히려 내리막길이 더 힘 드는 것 같다. 엉거주춤. 그래도 열심히 걷는다. 그런 아내가 대견하다. 주목 군락지에 접어든다. 천년을 묵었음직한 오래된 등걸이 그 특유의 기품을 자랑한다. 여기도 금강송 같은 소나무들이 참 잘 생겼다.
하늘로 미끈하고 늘씬하게 뻗어있다. 잡목 틈에 서 있으니 그 인물이 더 좋아 보인다. 아내가 발목, 무릎, 어깨 모두 힘 든다고 호소한다. 아내가 용기 내어 같이 온 건 좋지만 제발 뒤탈이 더 없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간절하다. 학(鶴)등 능선 중간쯤에서 아버지께서 내게 전화를 하셨다. 약주 한 잔 하신 듯하다. 또 동생한테 잘 해 준다고 고맙다고 하신다. 며칠 전에 동생한테 다녀 온 걸 어머니가 동생한테 전화해서 아신 모양이다. 나도 이렇게 버티는데 아버지께서는 오죽하시겠나.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후 6시 다되어서 계곡 입구로 회귀했다. 아내가 나보고 한 번 해보라 해서 차고 맑은 옥류동 물길에 신발 벗고 발을 담그고 손과 얼굴을 씻어본다. 오늘 쌓인 피로의 절반은 가셔진 것 같다. 물가에 맨발을 담그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마치 20대 산처녀나 10대 소녀 같아서 디카에 담아 보았다. 입구에 도착하니 짜 맞춘 것처럼 6시 38분, 원점회귀에 꼭 12시간 걸렸다. 5년 전인 2007년 가을 설악산 공룡능선 타는 것 못지않은 산행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모처럼 산행다운 산행, 험로다운 험로를 탐방했다. 입구 식당에서 비빔막국수, 물 막국수 시켜 먹고 출발했다. 동해안 7번국도로의 귀로는 생각보다 덜 힘들었다. 차도 막히지 않아서 좋았다.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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