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 18

청솔고개 2022. 7. 19. 00:05

                                                                                                                                         청솔고개

 

   2015. 1. 3.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알람 소리를 놓쳐버렸는지 7시 다 되어서 일어나서 좀 당황했다. 시간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병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집에 가면 물도 덥혀야 되고 무엇보다도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싫은데 잘 된 셈이다. 오후 4시 다 되어서 아내를 데리러 갔다. 아낸 항상 준비성이 대단하다. 완전 준비해서 나왔다. 병실 가다가 저녁으로 김밥 사서 들어왔다. 난 병원 로비 앞 현관에서 아내를 내려다주고 집에 와서 좀 쉬었다.

 

   2015. 1. 4.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간단히 먹고 아침 7시 30분 쯤 병실에 도착했다. 아내는 상냥한 모습으로 날 맞아준다. 이런 아내가 고맙다. 오늘은 하루 종일 정말 더 우울하다. 이제 이 생활 자체에 한계를 느끼는가. 난 충분히 잘 적응하고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과는 달리 내 예민한 성격이 또 발동하는가. 어머니의 서혜부 근처가 많이 헐고 진물이 나서 정말 그냥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내일 간호사한테 좀 말해야 할 것 같다. 갈수록 심해지니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오전 11시 쯤 엄마한테서 정말 고마운 말씀을 들었다.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맙아요.” 그래서 나도 “고맙아요.”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고 고마운 말씀이다.

   오늘은 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신곡 연습을 해 보았다. 가사도 채록해 보았다. 이것도 전만큼 감동도 없었다. 그래도 박자에 맞추어 왔다 갔다 하니 운동도 되고 제법 괜찮은 기분 전환이었다.

   새 담당 의사가 퇴원에 대한 언질을 주었다. 내일 아버지 오시거든 의논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뭔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내 예순넷의 하루가.

 

   2015. 1. 5.    새로 바뀐 주치의는 전 주치의와는 달리 친절하다. 퇴원 논의를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버지께서 오전 10시 30분쯤 오셨다. 어머니 서혜부 상처 때문에 걱정도 하고 또 퇴원 문제도 의견을 나누어보았다.

 

   2015. 1. 6.   또다시 화두와 망념이 친구하자고 속삭인다. ‘그러자. 친구하자.’ 이렇게 마음먹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간호사한테 시트를 갈아달라고 대여섯 번 말했는데도 갈아준다고 알았다고만 하고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고성이 나온다. 그래도 아직 실행이 없다. 내만 민망한 노릇이다. 어머니 서혜부에 파우더를 치니 좀 효험이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내일을 아버지 여든다섯 생신. 아내가 미역국, 찰밥, 나물, 생선찌개, 굴무침 등을 장만해서 갖다드리라 한다. 아내가 참 고맙다. 두 번이나 짧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버지도 매우 고마워하신다. 미역국은 비워놓고 찜통은 좀 헹궈서 가지고 왔다. 병실에서 아내가 사준 찰밥과 나물, 굴 무침으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맛있는 식사는 기분도 전환시켜 준다. 오늘은 변도 얌전히 보시고 기중 양호하고 평온한 하루 같았다. 주치의와 담당교수가 늦어도 다음 주초는 퇴원을 해도 된다고 한다. 다만 장구균이 어떠할지가 변수라 한다.

   오늘 밤은 내가 간병 당번인데 11시 지나 간호사 네 명이 와서 침구와 환자복을 갈아준다. 일사불란하게 잘 처리해 줘서 고맙다. 고맙고 수고했다고 인사를 다.    202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