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行路)

기다리며 견디며 4

청솔고개 2023. 1. 11. 11:20

                                                                                                                                    청솔고개

 

   어제 저녁 무렵부터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더니 아침에 다시 내린다. 또다시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 내 심사로 대단히 민감해진다. 비가 오면 좀 누그러지기도 하련만 그대로다. 그 동안 학교의 갖가지 일 때문에 긴장된 마음이 풀어지면서 공백 상태에 또다시 엄습해오는 망념(妄念). 이제는 친해질 만도 한데. 그래. 너도 내 심신의 일부이니 나하고 다정하게 지내자. 그러니 하나의 화두(話頭)로 작용해다오. 허허! 보았지 않았느냐? 그 동안 주위에서 허망하게 떠나가서 덧없이 부서져 가루되는 온갖 육신들을. 때가 되면 나를 즐겁게 했거나 또는 괴롭히던 많은 것들이 나와 같이 스러지려니. 비는 오는데, 가을비는 마음은 더욱 스산하다. 친구들을 다정하게 대하자. 비록 공적인 거라지만 당당하자. 난 내 식대로 살아가는 거다. ㅇ동료, ㅈ동료, 그대들은 그 만큼 고생하지 않았던가. 난 고향에서 안주했잖아. 심신의 평화에 안주했잖아. [2007. 10. 8. 월. 비]

   가을이 깊어만 간다. 그런데도 이 계절에 맞지 않게 나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우를 버리지 못한다. 연3,4일간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것은 한 점 바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동주 시의 구절이 떠오른다. 평가 결과 처리를 두고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결론적으로 “학생 점수에는 이상 없으면서도 별무문제로 인식할 것. 문제 되었을 때, 전후 관계, 시말(始末)을 그대로 솔직히 진술. 궁극적으로 성적 변동이 없기 때문에 문제 안 될 것으로 확신, 이 시간 이후로 종결 정리하자.”하고 다짐, 또 다짐. 그러나 잎새에 부는 미풍에도 나는 정말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2007.10. 12. 금. 흐림]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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