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행로(行路)

기다리며 견디며 5

청솔고개 2023. 1. 11. 11:35

                                                                                                         청솔고개

   윤동주의 '서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시 구절이 자꾸만 생각난다. 동주는 조국의 광복이라는 대의(大義)를 가슴 속에 품고 있었는데 펼칠 수 없는 시대상으로 인해 받은 고통일 터. 그런데 나는 이 무슨 대의(大義)? 그래 내 심경도 내 심사의 맑음도 이와 같을진대, 오오 너무 작은 것에 의해 짓밟히고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내 여리고 가엾고 순백한 영혼이여! 그 상처의 깊음이여!

   이제 33년 동안 이어졌던 내 일상의 일도 조금 그 성격과 처지와 입장을 바꾸어야 하리라. 교단(校壇)을 떠나 농단(農壇), 혹은 문단(文壇)으로…….

   이맘 때 쯤, 나의 거취도 한번 생각해보고, 뒤돌아보기도 하고. 그래서 그동안 상처도 어루만져주고 스스로의 심신을 좀 달래주어야 한다. 다정하게 동행하는 나의 심신(心身)이여. 그 동안 다녔던 내 여정의 고단함이여. 지리산 피아골 삼홍경(三紅境)은 이 가을의 절정(絶頂). 팍팍한 무릎 때문에 나도 걱정, 아내도 걱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결행은 잘한 일. 이 모든 일들은 그해 10월, 진한 역사로 남아있을 거다. 잊자. 며칠, 몇 달만 지나면 한낱 부질없는 인생사. 한 점 일렁이는 가을바람 같을 거일 듯. [2007.11. 2. 금]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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