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근 일주일 만에 또 필을 잡아 본다. 왠지 눈물이 날것만 같다. 아내가 아침 식사 때 내 불안한 심적 증상을 보고 가을남자(秋男), 가을 타는 남자라고 했다. 이제 나의 정신의 편력(編曆)을 일단 가지런히 정리해야 할 때다 된 것 같다.
오늘 아침도 안개가 자욱하다. 이 순간, 순간이 내 생애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정리하여 나가자. 잠 안 오고 불안한 밤이 될수록 정리해 나가자. 선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심적 나약함을 웃어도 좋다. 뛰고 걷고 명상하고 쓰고 그러면서 나의 여생을 정리하자. 이는 내 삶의 호기(好機), 전기가 될 것이다. 그 계기는 엉뚱한 데서 촉발되었다고 하자. 오랜만에 야간자습 지도했다. 뭔가 하다 보니 시간은 어떻게든지 흐르게 마련이다.[2007. 11. 9. 금]
내 정신적 삶에 큰 위기가 닥친 것 같다. 어디 가서 내 영혼을 위무(慰撫) 받을 것인가? 내 영혼이 정말 매일 매일, 순간순간 학대받고 유린당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내 영혼의 끈은 질기기는 한가 보다. 지난 업무상의 사소한 미스가 나의 영혼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드는 것 같다. 아, 이 민감성이며, 치명적인 예리함이여! 엊저녁에도 식사하면서 망념(妄念)에서 잠시라도 해방되고 싶어서 반주(飯酒) 한잔 했다. 마침 오징어 삶은 반찬은 소주 한 잔에 딱 좋을 것 같았다. 퇴근해 오면서는 금방 울먹일 듯한 심사……. 아내에게 투정하고 위안을 받고 싶은 심사다. 모든 걸 통째로 다 맡기고 싶다. 단 일분이라도, 한 순간이라도.
사막같이 저벅이는 내 영혼의 가슴 밭에는 늦가을의 휑한 바람이 분다. 26년 전에도 나의 절망을 시편(詩篇)으로 노래했었다. 순간순간 가슴을 엄습하는 절망감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 같다. 술 한 잔에 그냥 꼬꾸라졌다. 텔레비전을 보는 둥 마는 둥. 아무 것에도 흥미, 관심이 없다. 한 시간 반 정도 잠자다가 다시 깬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아내를 깨웠다.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산책하면서 아내에게 그 경위를 털어 놓았다. 이렇듯 하찮은 것이 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토록 심한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힘들고 화나고 짜증난다. 이런 식으로 고통당하기는 너무나 억울하다. 내가 의식하는 그 순간순간에는 도저히 잊어지지도 않고 결코 치유되지도 않을 것 같은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가 많이 아프다.[2007. 11. 15.새벽]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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