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이번에 첫째가 방학을 맞이해서 서울에서 친정 나들이 왔다. 아이들은 외가 다니러 온 것이다. 외손자, 외손녀가 그새 많이 컸다. 내가 어릴 때 외갓집에 대한 기억이라곤 엄마 손 잡고 십 여리 되는 자갈길을 나비 쫓으며 벌 피하며 아장아장 갔었던 게 모두이다. 또 하나, 외갓집 죽담에 세워놓은 벌통의 토종벌에 몇 번 쏘여서 정신이 혼미했었던 것, 외갓집 앞 시냇가에서 키우던 내 키 만한 거위에 쫓겨서 혼비백산한 것 외는 별로 없었다. 대체로 무서웠던 기억이다. 엄마는 오남매 중 셋째로 고명딸이셨다. 그래서 연로하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의 기억이 별로 없었다. 두 분의 사랑과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녀석들이 오면 좋은 추억 쌓으려고 나름대로 애를 많이 쓴다.
이번에 친정 온 첫째 딸을 보니 문득 16년 전 첫째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내 눈시울이 살포시 젖어들고 따끈해지는 것 같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2007.4.15.즈음의 기록인데 다시 꺼내 보았다.
“2주전 인천까지 가서 첫째를 만나보고 돌아와서 얼마나 마음이 안되었는지 내가 마냥 울고 싶어진다. 첫째 저도 나만큼 안 되었는지 내려오는데 전화로 ‘제가 별로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어머니 아버지 오셨는데 같이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여서 너무 아쉽고 안 되었습니다.’한다.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이 더욱 안 되어서 다음처럼 몇 자 메모하면서 내 맘을 달래도 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많이 달라진다. 나는 내 마음이 너무 무겁고 어지러울 때는 이렇게 한다. 그 때 그 시절에 내가 어떻게 기다렸으며 또 견뎌 냈는가를 차분히 돌아가서 살펴보곤 한다. 2023.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