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고향 마을 2, 고향은 누구에게나 마음으로 품어가는 영원한 주제다

청솔고개 2023. 2. 15. 00:10

                                                                청솔고개

   우리들의 소싯적에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면서 기대가 자못 컸었는데 우리들은 결국 거기에 부응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세 아들과 그의 짝들이 오순도순 지내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남매가 무탈하게 가정을 꾸리고 가정의 대소사 행사든 어디든 함께 하면서 북적북적 사람 사는 모습을 보이는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다. 그런 그림이 그려지도록 그토록 바라셨을 터인데 앞으로도 그려질 가망은 적다. 어느 집이든 자식들이 장성해서 모두 가정 꾸려서 자식 놓고 사는 게 어찌 보면 아주 보통의 일 같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보통의 일은 아니었다. 가장 힘 드는 일이고 그렇게 성취되면 큰 복 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세월 지날수록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어찌 세상일이 제 뜻대로만 될 것인가. 어머니도 우리를 키우면서 정말 자식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셨을 터이다. 앞으로 나에게도 어떤 일이 닥칠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어머니는 가뜩이나 활달하시지 못한 성품이라 자식들의 불운을 보면서 조금 남아 있을 자존심마저 많이 움츠려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위축되거나 약한 모습을 우리한테 안 보여주려고 애쓰시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고향 마을 나들이 가자는 제안에 이렇게 화답하시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고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레짐작으로 호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오늘 행사에 대해 내가 말씀을 드리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고향에 기거하시는 어르신만을 모시는 것으로 했는데 아내가 불쑥 “시내 떨어져 계시는 어머님도 같이 모시고 가서 어울리게 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제 어머님도 연세가 그만하시니 자존심 같은 거 접고 고향 분들을 보고 싶어 하실 거예요.”하고 덧붙인다. 그래도 나는 처음에는 약간 주저했지만 이제 이렇게 반색하시는 걸 보고 아내의 생각이 깊었다는 걸 느꼈다.

   문득 고향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마음으로 품어가는 영원한 주제다. ‘고향’이란 소리만 들어도 포근하고 다정한 느낌이 든다. 나도 마찬가지다.                        202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