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아재, 아재, 나의 아재 1/ 내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이토록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하나뿐인 동생인 삼촌마저 가시면, 그나마 아버지 뵙는 듯 삼촌을 뵙는, 이러한 남은 희망까지 ..

청솔고개 2023. 3. 7. 22:57

아재, 아재, 나의 아재 1

                                                   청솔고개

   며칠 전에 삼촌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대학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종제의 연락을 받았다. 삼촌께서는 그 동안 요양원에서 잘 지내셨는데 급성 폐렴 증세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으셨는데 이제는 한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일반 병실에 계신다. 입원한 지 일주일이 다 돼 간다.

   병실에 들어가니 종제와 종매 내외가 지키고 있었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환자에 대한 걱정으로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삼촌은 얼굴에는 살이 많이 빠져 보였다. 눈을 꼭 감고 머리를 짧게 깎은 채로 코에 산소줄을 꽂고 숨을 가쁘게 쉬고 계신 삼촌을 뵈는 순간 나는 불현듯 아버지가 여기 누워계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열 살 차이나는 두 형제분이 이렇게 꼭 닮으셨는지 그 동안은 미처 몰랐었다. 삼촌은 가끔씩 팔다리와 몸을 뒤척이기는 하셨다. 그래도 아직 사람을 잘 알아보지는 못하신다고 했다.

   이런 삼촌의 모습을 뵙는 순간 아버지 가신 지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이제 삼촌마저 가시는 게 아닌가 싶어 내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동안 아무리 코로나시국이라고 하지만 내가 삼촌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삼촌의 바짝 마른 손을 잡아 드렸다. 손이 따스했다. 그래도 사람의 말은 알아들으시는 듯 하다해서 또렷이 내 이름을 대면서 빨리 회복하시라고 귀에다 대고 소리치다시피 했다. 삼촌의 쾌차를 간절히 바라는, 이 장조카의 뜻이 제대로 전해지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게 힘내시라는 나의 어조가 저절로 간곡해지는 것 같다. 주치의도 옆에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좀 회복되는 듯했는데 환자의 호흡 상태의 기복이 심한 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오늘 이 병실에서는 내가, 이미 가신 아버지를 뵌 듯 삼촌을 뵌 셈이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이토록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하나뿐인 동생인 삼촌마저 가시면, 그나마 아버지 뵙는 듯 삼촌을 뵙는, 이러한 남은 희망까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쓸쓸한 마음이 스친다.           2023.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