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24. 2. 5.
오늘 새벽에는 근처 골목이라도 다녀보려고 알람을 해 놓았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내와 같이 천천히 브런치 했다. 오늘따라 뒤뜰에 햇살이 탐스럽다. 열대 수림에 스며든 햇살이 더 정겹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푹 쉬었다. 자칫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부자 말년에 몸조심, 제대 앞두고 몸조심하는 격이라 할까. 아무튼 이제는 무사히 귀국하는 게 당면 과제다. 결과적으로 안전과 건강해지려고 여행한 것 아닌가.
오후에 마사지 갔다. 예의 그 마사지사가 오늘따라 더 성의 있게 해 준다. 내가 30밧 팁을 줬는데 아내가 다시 “마이 허스번드”하면서, 나를 위해서 20밧을 더 준다. 그런 아내가 고맙다.
저녁은 마지막으로 한식당에 가 보기로 했다. ‘서울’ 식당은 자주 보던 곳이라 바로 갔다. 비빔밥과 순두부찌개를 시켜서 먹었다. 내가 시킨 순두부찌개는 밍밍한 맛으로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타서 먹으니 먹을 만하기는 했다. 이어서 여기 신도시 지구인 님만해민을 마지막으로 거닐어 보았다. 깔끔하고 정비된 상가와 식당, 야시장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활발한 거리다.
이제는 이런 체험들이 너무 익숙해져서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익숙해지는 걸 싫어하고 끊임없이 색다른 걸 찾아 헤매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부정적인 화두가 계속 나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다. “절대적인 사랑은 모든 걸 수용하는 것,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 지금부터 나의 인생은 덤이다.”를 속으로 되뇌어 본다. 그래 오늘이 내 최고의 날, 최종의 날로 인식하자. 우리는 마야 몰 이쪽에서 돌아서 호텔까지 걸어왔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29일간의 대 장정이 스쳐온다.
호텔에 와서 저녁에 아이한테 연락했더니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한다. 못 올 것 같다고 들린다. 밤이 이슥했는데 아이가 노크했다. 내일 체크아웃에 대한 의논도 했다. 아울러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참이슬 1통, 이곳 맥주 한 캔, 아이가 가져온 술 한 병을 가지고 마지막 날 건배를 했다. 물론 이 말 속에는 얼마 남지 않은 이 여정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 지금까지의 무사한 여정에 대한 감사의 뜻도 들어 있을 것이다.
어제까지의 여정을 카톡 메모장 시간대별로 정리하다가 너무 피곤하고 잠이 와서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내 생애 언제 다시 이런 긴 여로를 밟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온갖 상념에 빠져든다. 이제부터는 언제나 스스로 위로하는 회복탄력성에 내 몸과 마음을 맡기는 수밖에….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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