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 Here 60

비엔티안의 마지막 밤길을 걷다

청솔고개   2024. 1. 21.   11시 마시지 서둘러 갔더니 오늘은 바로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처음 받아보는 마사지사한테 시원하게 잘 받았다. 나오면서 마사지직원에게 내일 떠나기 때문에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다 싶어서 그 아쉬움을 라오스 말로 엄지척하면서 고맙다는 표현으로 “디, 폽 깐마이. 쏙디”하니 대단히 좋아한다. 오늘 마지막으로 잘 받았다,   1시에 할머니 제사를 약식으로 올렸다. 그래도 지방 대신 영정은 내 폰에 입력 돼 있는 할머니 사진으로 대신하고, 준비한 축문은 빠뜨리지 않았다. 점심은 차린 빵과 과일 음복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아이한테 할머니 추억담과 당시 전통 장례식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신기해한다.   4시에 혼자서 나왔다. 날씨가 아주 많이 선선해졌다. 미리 준비해 둔..

Now n Here 2024.12.29

라오 텔레콤[LAO TELECOM]

청솔고개   2024. 1. 19.   아침 9시에 식사했다. 갈수록 느긋해진다.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 빌려서 메콩강 변을 달리거나 아니면 걸어보는 일은 그냥 버킷리스트 순에만 있는가 싶다. 내가 한 번 실행에 옮겨 보려 해도 이곳은 자전거 도로는커녕 인도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자전거 바퀴를 어디에다 얹어서 굴려야 할지 몰라서 그냥 참았다. 또한 국내에서 만 원 가까이 주고 발급받은 국제면허증으로 차를 렌트해서 주변 가까운 곳을 한 번 둘러보려고 해도 가족들이 모두 사고 난다고 야단들이다. 하기야 여기는 자동차가 좌측 도로를 달리니 아무래도 나의 운전 감각으로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는 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여기 떠날 날이 며칠 남지 않으니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해외 도로에서 자동차 운전해 ..

Now n Here 2024.12.28

펍[Pub],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청솔고개    2024. 1. 18.   여행 11일째다.   연일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고향이나 서울의 한파주의보와는 관련 없는 곳에 산다는 것이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이가 기운을 완전히 차린 것 같다. 어제 술 한 잔 후 살짝 걱정도 됐는데 아침 밥을 먹으러 9시까지 1층 식당에 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식사 후 아내는 바로 쉬러 올라가고 아이와 나는 근처 라오텔레콤에 가서 유심 연장 교체를 위해 출발했다. 아이과 같이 거니는 이 시간의 이 거리는 그야말로 ‘화란춘성(花欄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의 분위기다. 문득 수년 전에 이때쯤 친구와 찾았던 중국 쿤밍이라는 도시의 별명이 꽃의 도시 ‘춘성(春城)’이라는 곳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꽃과 같..

Now n Here 2024.12.27

찻간에서 어린 붓다를 보다, 붓다파크 가는 길

청솔고개 2024. 1. 17. 여행 10일째다. 여기 비엔티안에서는 9일째다. 삼분의 일이 지나간 셈이다. 벌써부터 이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내야 할 텐데 하는 서두름에 쫓기는 것 같다. 제발 이번 여행은 그런 데에도 자유로웠으면 더욱 좋겠다. 새벽 6시쯤 깼다. 오늘은 숙소에서 제법 떨어진 붓다파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7시에 아이와 같이 식사했다. 아이는 이런 탐방에는 전혀 관심도 없을뿐더러 몸도 그러하니 쉬게 하고 우리는 바로 출발 준비했다. 8시 10쯤 출발해서 어제 답사한 길로 걸어가니 버스 스테이션 14번 플랫폼에 버스가 있었다. 버스에도 14번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어제 한 번 답사한 곳이라 아내한테 거침없이 안내할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도착하니 시간이 거의 8시 ..

Now n Here 2024.12.26

두고 갈 게 있다, 시간이 멈춘 곳에

청솔고개 오늘은 내가 척수농양증으로 입원한 지 6개월하고 4일째다. 그 많은 날을 내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내가 생각해도 대견하고 신기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치 마취제 같은 '카피라이터'에 현혹돼서 그리 버텼다고 생각하고 싶다. 째깍째깍 시간은 이 순간도 쉼없이 흘러가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시간과 세월이 강물로 흘러 바다에도 이를 것이리라. 그날 새벽, 하지가 마비돼 질질 끌리다시피 해서 구급차로 고향을 떠나올 때는 내가 이렇게 오래 여기 이러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치료와 회복이 어떻게 되든 적어도 서너 달 안으로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날 이후로 고향의 우리 집과 세를 준 큰집은 그대로 시간이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외관을 일부 꾸미는 ..

Now n Here 2024.12.25

치료실 스케치 3, 사마귀와 귀뚜라미

청솔고개사마귀 한날 저녁에 내가 있는 52병동 서쪽 끝 베란다 유리 사이에 사마귀 세 마리나 보였다. 아내가 이 사마귀를 보는 순간 질겁을 한다. 여자 보호자 하나도 호들갑 떨 듯이 놀란다. 나는 생각해 본다. 사마귀는 별로 해를 끼치지 않은 곤충인데도 사람들에게는 왜 그리 밉보였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추측으로는 아마 이 두 가지 속설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사마귀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그 독이 옮겨져서 눈이 멀어진다는 설, 다른 하나는 숫사마귀는 짝짓기한 후 암사마귀에게 잡아먹힌다는 생태 때문일 것 같다. 왕사마귀는 작은 설치류까지 잡아먹는 그 육식성의 포악함도 있다고 한다. 우리 병실 바닥에 나타난 사마귀는 그렇다고 함부로 밟아 없애버릴 수도 없어서, 그 처리를 두고 모두 어쩔 줄 몰..

Now n Here 2024.12.24

치료실 스케치 2, 젊은 장애, 그냥 지켜볼 뿐이다

청솔고개   나이가 26세인가로 들은 젊은 처녀 환자의 이야기다. 전직 미술 교사였다고 하는데, 치료실에 휠체어로 가면서 옆으로 틀어진 팔을 들고서는 울음인지 고함인지 목소리를 높인다. 그 모습이 그냥 보면 너무나 처절하거나 이상하지만 일단 이 공간에서 환자 당사자나 보호자가 되면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참 이상하다. 얼마나 머리를 다쳤기에 저렇게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하는 퍼포먼스를 할까, 하면서 동병상련의 공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 처녀 교사 환자가 오늘은 걸음걸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뇌에 병변이 생겨서 인지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 행동을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전제한다. 곧 지나갈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 재활치료실 인지치료 파트에서는 끈질긴 치료를 통해서 사회 복귀를 위한 수준..

Now n Here 2024.12.22

치료실 스케치 1, 백운봉(白雲峰)을 바라보며

청솔고개   지난 일요일 목격했던 일이다. 내가 오전 딸내미 내외와 아이들과의 만남에 대한 흥분과 설렘 때문에 매우 피로했는지 좀처럼 안 잤던 낮잠을 자고 나니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1층 휴게실에서 병실 지인들과 차라도 한잔하고 있는가 여기고 나는 2층 긴 복도 난간에 걷기 운동이라도 하려고 갔다. 그런데 일요일이라서 안전사고 때문인지 긴 복도는 이쪽부터 통행 금지표시로 붉은 띠로 막아 놓았다. 실망이었다. 이리저리 오가면서 호젓하고 안전해 보이는 장소라도 있을까 싶어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런데 나는 아까 승강기 타는 복도 끝 창가에 환자복 입은 사람이 휠체어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멀리 백운봉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환자는 두 다리가 절단되어서 치료실 오가면서..

Now n Here 2024.12.21

메콩강 변에는 황토 먼지가 날리고

청솔고개   오늘은 더욱 맑아진 날씨다. 비엔티안에서 한 달 살기로 작정하고 와서 보낸 지 5일째다. 오후 3시 반까지는 좀 쉬었다. 다시 또 마음이 어지럽다. 걸어야만 할 것 같다. 그 길이 비록 열사의 사막일지라도.    여기 내 해외여행에서 비로소 생애 최초로 혼자 길을 나서 본다. 더운 기운이 확 덮친다. 일단 메콩강 둑으로 향했다. 그래도 약간 서늘한 강바람이 불어 들었는데 계속 걸어가니 땀이 나고 무척 덥다. 한참 가니 태극기와 라오스 국기가 새겨져 있는 작은 구조물이 보인다. ‘수도 비엔티안 메콩강 통합관리사업 차관(2013)’이란 내용의 설명이 영어로도 새겨져 있다. 그 옆에 술에 취한 듯한 라오스 어떤 남자가 웃통을 벗고 앉아서 나를 보고 뭐라고 한다. 살짝 불편해져서 자리를 피했다.  ..

Now n Here 2024.03.29

참파 라톤

청솔고개 라오스 비엔티안을 다녀온 지 두 달이 더 지났다. 그런데도 벌써 또다시 그곳이 그리워진다.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심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나는 이제 그 나라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사슴 뿔에 꽃이 피어나는 나라”라고. 비엔티안의 여행자 거리에 자리 잡은 내가 묵던 숙소에서 베란다에서 고개를 들면 멀리 메콩강이 보인다. 건기라서 강물은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겨울철인데 강안(江岸)은 풀이 무성한 초원이다. 숙소에서 3분만 걸어가면 메콩강 둑이 보이고 야시장 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를 바로 지나면 둑길 옆을 따라 아래쪽으로 아담하고 제법 널찍한 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느 새벽녘, 기온도 서늘한 터라 나는 마음 먹고 이 강가의 새벽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혼..

Now n Here 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