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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실 스케치 2, 젊은 장애, 그냥 지켜볼 뿐이다

청솔고개 2024. 12. 22. 00:10

                                                                   청솔고개
   나이가 26세인가로 들은 젊은 처녀 환자의 이야기다. 전직 미술 교사였다고 하는데, 치료실에 휠체어로 가면서 옆으로 틀어진 팔을 들고서는 울음인지 고함인지 목소리를 높인다. 그 모습이 그냥 보면 너무나 처절하거나 이상하지만 일단 이 공간에서 환자 당사자나 보호자가 되면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참 이상하다. 얼마나 머리를 다쳤기에 저렇게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하는 퍼포먼스를 할까, 하면서 동병상련의 공감을 가지는 것이다. 그 처녀 교사 환자가 오늘은 걸음걸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뇌에 병변이 생겨서 인지에 장애가 있어서 그런 행동을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전제한다. 곧 지나갈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 재활치료실 인지치료 파트에서는 끈질긴 치료를 통해서 사회 복귀를 위한 수준까지 최선을 다할 것으로 신뢰한다. 여기에 치료받고 있는 모든 환자와 그 보호자는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희망 고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 병실에서는 뇌졸증으로 다만 연하(嚥下),삼킴 기능만 상실돼 벌써 몇 달이나 퇴원하지 못하고 있는 40대 전직 공무원 환자가 있다. 우리는 가끔 맛있는 간식으로 입맛을 돋우지만 늘 그 환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콧줄을 끼고 영양공급을 받는데 주변에서 취하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좀 잔인한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이 콧줄을 교체하는데 빼내고 다시 끼울 때까지는 이 환자의 콧줄 안 낀 모습을 보게 되는데 얼마나 홀가분한 기분인지 모르겠다.
   마치 어린 시절 고향집의 소의 코에 꿴 코뚜레(코꾼지) 같다. 소가 말을 잘 듣게 하려고 왼쪽 콧구멍과 오른쪽 콧구멍 사이를 뚫어서 물푸레나무를 불에 쬐어 둥글게 만들어 뚫는 것이다. 아무리 코가 센 소도 일단 코뚜레에 꿰게 되면 이랴, 어어 등 몇 마디 말로도 잘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 환자는 이전 병원에서 어쩌면 당신은 평생 음식을 못 넘기는 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기막힌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목넘김 기능이 약화돼 음식물을 못 삼키는 천형(天刑) 같은 장애 현상을 볼 때 신의 피조물인 우리 인간 기관의 오묘함과 신비함은 끝간 데를 모르겠다.


   그리하여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이요, 지불생무명지초(地不生無名之草)라는 옛 글귀에 덧붙여 우리 인체에서는 ‘천불생무능지관(天不生無能之官) 하나를 더 보태야 할 것 같다. “하늘은 우리 몸의 기관 하나라도 쓸모가 없도록 만들어 내지 않는다.”고 새기면 될까?       202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