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 Here 60

여행에 대하여 1

청솔고개  보는 것 너무 욕심내지 마라 불가(佛家)에서는 이것도 탐욕이다 천년 살아도 세상 것 다 못 본다 하나 보더라도 열 가지 느끼도록 할 것 열 가지 보고 하나도 못 느낀다 볼거리를 맞닥뜨리면 즉물적(卽物的)으로 돼 물(物)은 외양이다 외양 집착하면 영상(影像)에 머물 뿐 볼거리 보면 즉심적(卽心的)으로 되어야 해 대상은 마음의 눈으로 볼 일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는 일 대상은 그 본질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본질은 속 깊이 숨어 있어 그 모습 드러내지 않아 그것을 잡아내어야 해 빛의 속도로 반응해야 잡아낼 수 있어 우리의 의식(意識), 무의식(無意識)에서, 삼라만상(森羅萬象) 또한 의식, 무의식으로 반응할 뿐 나타났다가 휙 달아나기에 잘 잡아야 해 잡아낸 것은 빛의 속도로 새겨둬야 해 ..

Now n Here 2025.01.18

발길 가는 대로 걸어보다 1, 보이면 보이는 대로, 치앙마이 골목길, 왓 쩨디루앙, 보라 마트, 야시장

청솔고개   2024. 1. 26.    치앙마이 온 지 사흘째다. 어제 아이의 깜짝 선언 같은 엄청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 말대로 이런 일을 겪고도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면 정말 발전적인 것이고, 그 회복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더욱 발전적인 거니까. 이제 보니까 내가 공부하던 상담과 정신건강 의학 분야에서 ‘회복탄력성’이라는 게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 회복하는 주기가 일상적이지만 아이한테는 무척 길어지는 것이 다른 것 같다. 아무튼 아이가 이번 기회에 자신을 극복하는 좋은 계기나 전기가 됐으면 다른 소원이 없을 것 같다. 그야말로 비 온 뒤 오히려 땅이 굳게 되는 격이니까.   오전에 샤워하고 나와서 카톡을 보니 아이가 메..

Now n Here 2025.01.17

병상에서 생일맞다, 치료실 이벤트 3

청솔고개    2024.7.27.    나는 오늘이 입원 37일째다. 73병동 33호실 6번 병상에서 내 생일을 맞는다. 오늘 여기서 나는 지혜로운 병상 생활의 목표를 찾아냈다. 그것은 내 장애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 작업은 내 필생의 꿈이었던 남미 자유여행 100일 기록물을 대체한다. 또 다른 필생의 업이다. 이제부터는 기록이다. 모든 걸 남기자. 이것만이 여기서 보낸 내 생애 시간을 보상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어제 요역동학검사 결과 배뇨 기능이 살짝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러면 방광에 항상 잔뇨가 남아 있어서 방광 및 주변 장기의 보호를 위해 간헐적 청결 도뇨(CIC)를 해야 한다. 바로 카테터 급여를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ㅇ아무개 담당 전공의가 두 차례 방문해서 자세히 설..

Now n Here 2025.01.16

노노(老老) 케어하다, 치료실의 소리꾼, 장애(障礙)에 대한 고정관념, 치료실 이벤트 2

청솔고개    2024. 7.27.   토요일 오전이다. 아래층 치료실의 분위기는 더욱 내려앉아 있다. 환자들은 표정을 상실해서 마치 밀랍 인형 같다. 그들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으로는 가끔 터져 나오는 짐승 같은 신음, 웅얼거림, 가래 끓는 끄윽끄윽 하는 소리뿐이다.    나의 손상 정도는 이들과 불과 한 끗 차이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그 미세한 손상 레벨의 우위를 내 마음속으로 내세우게 된다. 그래서 자꾸 차별화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것만이 내 생존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그것 같다. 그래도 궁극에 가서 보면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결국 한 끗 차이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치료실 내 치료 침상 맞은편 침상에는 90킬로그램 거구의 50대 젊은이가 축 처져 있는 몸을 가누지 못한다...

Now n Here 2025.01.15

병실의 새벽 창 너머 안개가 자욱하다, 치료실 이벤트 1

2024. 7. 28.   청솔고개   병실의 새벽 창 너머 안개가 자욱하다. 지금은 일요일 새벽 5시 30분이다. 일찍이 잠 깨서 침상 등받이를 올린다. 안경 끼고 핸드폰에서 읽을거리를 서핑한다. 척수 카페에 기막힌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인간을 이토록 잔혹하게 내모는가. 10년은 기본이고 20년, 30년을 와상(臥床)하고 있는 환자와 그를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의 참상이 눈에 보인다. 10년 장기 환자의 보호자인 아내가 환자가 누워 있는 방에 들어가면 수많은 날파리 떼가 나타난다고 했다. 여러 검사를 해 보아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 치료받고 나았다고 이야기하며….   6시가 되니 병실이 부산해진다. 두세 침상에는 기저귀 간다고 난리다. 6인실 병실에서 역한 냄새 따질..

Now n Here 2025.01.14

비엔티안에서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4, 딸랏싸오 아침 시장 옆 버스 스테이션 찾아가서 붓다파크 행 버스편을 알아보다

청솔고개     2024. 1. 16.   아이가 설사에 이어 몸살 기운이 있다면서 아침 식사도 거른다. 걱정이다. 젊은이가 이런 모습이니 본인이 생각해도 자괴(自愧)감이 들 것 같다. 우리끼리 아침 먹었다. 아내는 식사하자마자 엊저녁 거의 밤샘했다면서 잠에 곯아떨어진다. 나는 발코니에 나가서 책을 읽었다. 오디차가 마실수록 묘해서 오늘은 봉지 안을 터뜨려보았다. 속에 오디 말린 알갱이가 덜 여문 참깨처럼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정말 귀한 음료다. 이런 여유, 이런 삶을 그동안 얼마나 꿈꾸어왔던가. 점심 식사하기 위해 아내와 둘이 도가니식당에 좀 일찍 가니 마침 앉을 자리가 있다. 쌀국수를 주문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다. 최고의 메뉴로 자리 잡는다.   오후에 내일 답사할 붓다파크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

Now n Here 2025.01.13

비엔티안에서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3, 이국땅, 아내 손잡고 마실 산책하듯 거닐어, 대통령궁, 조마베이커리, 쌀국숫집

청솔고개     2024. 1. 15.    아이가 계속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은근히 신경 쓰인다. 걱정된다. 아침은 우리 내외 둘만 먹었다. 아침 식사 자리에 아이가 없으니 쓸쓸하고 허전하다. 이러한 기분이 드는데 훗날 우리가 늙고 아이가 힘들어지면 오늘의 기억이 그리워질 것 같다.   식사 후 서둘러서 10시쯤 출발했다. 아내와 더불어 어제 걸었던 코스대로 손잡고 걸었다. 공원의 열대 꽃들은 밝은 햇살 아래 매달려 있어 더욱 탐스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왼쪽 길 건너 대통령궁이 보인다.  대통령궁이 이렇게 대로변 가까이 위치해 있는 게 좀 신기했다. 심각한 보안 장치도 없이 그동안 지도에서나 보던 거다. 들어가도 된다고 하는 안내가 돼있다. 들어가 보려 하다가 지나쳐 버렸다.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와보..

Now n Here 2025.01.12

비엔티안에서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2, 수도 도심에서의 닭 울음 소리

청솔고개 2024. 1. 14. 아침에 잠이 깨려 하는데 근처에서 수닭의 울음소리가 아주 걸쭉하다. 너무 많이 울어서 목이 쉰 것인가. 한 나라의 수도 도심에서 닭 울음소리를 듣다니! 마치 한적한 시골 농촌 마을의 아침 같은 평온함을 느낀다. 오늘은 비엔티안 여행 1주 차 일요일이다. 아침 식사 후 11시에 만나서 도가니 쌀국숫집에 갔다. 엊저녁에 이어 오늘 오전도 무척 선선하다. 바람도 설렁설렁 분다. 오늘은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소짜 쌀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맛이었다. 흡사 잔치국수 맛이라 할까. 아내는 육수가 돼지고기 삶은 물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잘 먹는다. 오는 길에 어제 못 샀던 망고 주스를 사서 호텔에 왔다. 아내는 어제 한 시간 남짓 잤다고 한다. 오후에는..

Now n Here 2025.01.11

비엔티안에서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1, 플루메리아(Plumeria) 주홍빛 화심(花心)

청솔고개   2024. 1. 13.    주말이다. 여행 5일째다. 오늘은 어제 약속한 대로 우리 내외만 외출했다. 아이는 사원 구경 같은 건  아예 관심 없다. 어제 사원 둘러봤기 때문에 쉬고 싶다고 했다. 힐링자유여행은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이와 아내 셋이서 호텔 바로 앞에 세탁물을 맡겼다. 아이는 들어가고 아내와 같이 둘만 호텔을 나섰다. 오늘은 왓 씨싸켓 사원을 탐방하러 폰의 구글 지도를 열어서 일단 출발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일단 가보자고 해서 가니 제대로 방향이 잡힌다. 입장료 6만 킵을 냈다. 역시 장방형의 회랑에는 탓 루앙처럼 수많은 불상이 비슷한 포즈로 전시돼 있다. 절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관리인이 신발과 ..

Now n Here 2025.01.10

비엔티안 살이 첫날,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

청솔고개   2024. 1. 9.     어제 호텔 매니저가 일러준 대로 아침 8시 반까지 아이와 같이 식당에 갔다. 아담한 식당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숙박객 서넛이 이미 와서 식사하고 있었다. 서양인도 한둘 있고, 두서넛은 중국인, 혹은 동남아 어느 나라 사람 같아 보인다. 드디어 자유여행, 아니 나와 우리의 ‘자유 힐링 여정’의 첫날이 펼쳐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메뉴를 보더니만 식사가 잘 나온다고 아내가 환호작약한다. 참 다행이다.  아침 식사 후 다시 우리 방에 모여서 일단 오늘 동안만의 여정을 의논했다. 오전 9시 좀 지나 일단 근처 지리도 익힐 겸 거리로 나섰다. 제법 높게 지은 신축 건물 앞 잔디를 키운다고 인부가 연신 물을 뿌리고 있다. 이름도 모를 큰 나무들이 군데군데 버티고 있음..

Now n Here 202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