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간병록 1/22년 후 내가 현재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은

청솔고개 2020. 4. 8. 18:49

간병록 1

                                                                                                       

 청솔고개

어제 산행 후, 점심을 같이 먹고 아이 데려다 주면서 큰집에 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통증을 못견뎌하신다. 오늘은 또 입술이 두어 배나 부어올랐다. 몇 달 전에는 이런 식으로 혀 밑이 부어서 식사하기도, 숨쉬기도 힘들었던 게 생각난다. 1년 전에도 그랬다. 원인은 아무래도 면역력 저하인 것 같았다. 몸이 쇠약해지니 생기는 증상이다.

아버지는 또 나를 보시더니 내가 그날 행인이 신고해서 차에 실려 오기 전에, 아무한테도 눈에 띄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면 지금 이런 고통은 없을 텐데…….”하고 넋두리하신다. 재작년 운동하신다면서 외출했는데, 병원의 다섯개과 이상의 복잡한 복약 오남용으로 생긴 섬망 증상으로 길 가다가 방향을 잃고 탈진해 있는 모습을 행인이 신고해서 구급대원 과 경찰 에게 구조된 경우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다. 이런 푸념을 요즘 자주 입에 담으신다. 나는 오죽 고통스러우면 저런 말씀을 다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수록 내 속이 더 힘들어진다. , “니는 나한테 더할 수 없이 잘 해주는데도 내가 이렇게 자꾸 아파서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 어쩌나!”고 하신다. 난 그냥 듣기만 한다. 이럴 경우 아무런 대꾸도 단말마적 통증에 시달리는 당신에게는 어떤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잘 안다. 아버지는 마냥 통증에 허덕이신다. 먼저 병원 창구에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두 군데 접수를 했다. 신경외과에서는 먼저 엑스레이를 찍었다. 담당 의사가 그 사진 판독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아버지는 작년 93일 이후 척추 뼈가 하나 압착이 돼 손상된 게 있었으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은 어떻게 직접적인 처치는 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가능한 다른 방식으로 시술한다고 했다. 그 시술에 대한 설명을 나에게 하고 사인을 하도록 했다. 아버지는 시술로 등에 생기는 참을 수 없는 병증을 싹 도려내고 싶으신데, 주사로 한다고 하니 기대에 못 미쳐하시는 것 같다. 절차대로 주사실에서 탈의하고 간호사와 같이 1층 내려가서 심혈관 실에 가서 좀 전에 찍은 엑스레이를 바탕으로 시술을 받으셨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다. 협착한 척추 사이에 긴 주사로 9대로 처치하는 방식이 주사 시술이다. 나중에 담당 의사는 아버지의 척추 사이가 워낙 협착이 돼서 시술하는 데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 시술 후 탈의실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는데 시술로 인한 통증 때문에 굴신도 제대로 못하시니 시간이 10분도 더 걸렸다. 아까 접수해 놓은 이비인후과 가서 진료하니 아버지의 증세는 일종의 알레르기이며 어제 심장혈관내과에서 추가로 처방 받은 약을 잘 복용하시도록 강조한다. 집에 가서 냉찜질도 하도록 주의를 준다. 주사는 없고 약만 처방해 준다. 아버지를 지키고 돌보아 드리면서22년 후 내가 현재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때, 내가 아버지보다 심신의 건강을 더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간 아버지의 건강 진행 과정 앞부분을 대략 정리해 본다.

2018년 4월 18일: 11시에 정신건강의학과 가시려고 일어나다가 물이 있는 곳에 미끄러져서 엉덩이를 부딪쳤는데 왼쪽 어깨 통증이 생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티브이고치는 사람들의 작업 상황은 아버지가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 아니고 꿈인 게 판명이 남. 왜냐하면 대문도, 방문도 안 열어 줬고 아버지가 수리하는 사람에게 욕까지 했는데 반응도 없고 나중 아버지가 밥 먹으려고 할 때는 그들이 안 보인다는 점, 무엇보다도 그들의 침묵, 고개 숙임 등으로 확인함

2018년 4월 21일: 고향 친구들과 두 달에 한 번씩 식사모임을 하고 있는데 내 휴대폰에 아버지 전화번호가 떴다. 순간, 직감적으로 아버지께 무슨 일이 있으신 것 같아서 약간 긴장이 되고 불안했다. 아버지 폰으로 119대원이라고 하면서 ㅊㅇㅇ님이 쓰러져 있으신 걸 보고 행인이 신고해서 대원과 경찰이 모시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큰집 근처 파출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119구급대 차와 파출소 업무용 차 두대가 동원된 채 아버지가 내리셨다.   땀에 흠뻑 젖어서 멍한 표정을 하시고 있는 아버지께서 나를 보고 “괜찮다.”고만 하신다. 며칠 전부터 아버지를 뵐 때마다 이상한 언행을 보이셨다. “텔레비 수리하러 왔다는 사람들이 있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도 대꾸도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아서 화를 막 내도 고개만 숙이고 고장수리만 하고 있더라. 거 참...”, “꿈에 화산이 폭발해서 바위 녹은 벌건 물이 막 쏟아지는 끔직한 광경을 보았다.” 등. 그 다음 날: 아버지 거의 정신이 없으시고 고개를 못 가누심. 정신없으심은 갈수록 심해짐. 목과 어깨 등 상체를 가누도록 도와드려도 그냥 앞으로 숙여짐. 아침 식사하시다 머리카락이 국그릇에 적셔진 형국 그대로임.

다시 그 다음 날: 건너 방에 피아노를 치러 가시는 등 걸음과 정신이 많이 회복되심. 그건 어제 아무래도 상황을 파악해 볼 때, 아버지가 약의 미복용, 중첩 복용 등 오남용의 결과라고 판단하고 내가 임의로 정신건강, 신경외과, 정형외과 약을 모두 빼버린 후 나타나는 결과라고 내 나름대로 판단됨. 저녁 10시 다 돼 가는데 아버지가 다시 혈변의 고통을 호소하심. 다시 그 다음 날: 기력과 정신력은 좀 회복하셨는데 혈변, 복통, 안절부절못하심 등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남. 소화기내과에 예약 후 10시 반쯤 집에서 출발. 소화기내과에서 절차 밟아 결국 입원 조치함. 진료 결과 약의 과오남용으로 인한 일종의  *섬망(譫妄)증상이라고 주치의가 판정함. 저녁에 또 심한 혈변 한  번 하심.  [여기까지가 전반부 아버지의  투병, 나의 간병 기록임.]  2020. 4. 8.

[주(注)]

*섬망(譫妄) : delirium, 의식장애와 내적인 흥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운동성 흥분을 나타내는 병적 정신상태. 급성 외인성(外因性) 반응증세로서 나타난다. 동시에 사고장애(思考障碍), 양해나 예측의 장애, 환각이나 착각, 부동하는 망상적인 착상이 있고, 때로는 심한 불안 등을 수반한다.(네이버 두산백과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