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가을날의 동화 7, 단애(斷崖)/너도 그렇게 젖을 수 있구나

청솔고개 2020. 9. 20. 01:55

단애(斷崖)

 

                                                                  청솔고개

 

내가 너를 마주하면 너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무한(無限)

너는 오늘 따라  가을비에

쓸쓸히 젖어 있다

너도 그렇게 젖을 수 있구나

 

죽도록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한 장의 엽신이라도

띄어 보내고 싶은

가을 날 저녁

 

절벽에는 모진 생명이 꽃을 피웠으나

그 붉은 모습은 그냥 불모지일 뿐

 

모두들 어디 갔나 어디로 갔나

보고 싶다

그냥 달려가 보고 싶다

 

그런데

그들의 실체는

 

떠나고 싶다

이 단애를

뛰어넘어

어디로든 무작정

[1977. 가을 어느 날, 진중에서]

                                   2020.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