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애(斷崖)
청솔고개
내가 너를 마주하면 너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무한(無限)
너는 오늘 따라 가을비에
쓸쓸히 젖어 있다
너도 그렇게 젖을 수 있구나
죽도록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한 장의 엽신이라도
띄어 보내고 싶은
가을 날 저녁
절벽에는 모진 생명이 꽃을 피웠으나
그 붉은 모습은 그냥 불모지일 뿐
모두들 어디 갔나 어디로 갔나
보고 싶다
그냥 달려가 보고 싶다
그런데
그들의 실체는
떠나고 싶다
이 단애를
뛰어넘어
어디로든 무작정
[1977. 가을 어느 날, 진중에서]
2020. 9. 19.
'나의 노래, 나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어둠에 부치는 노래/푸른 연기에 물기가 서린다 (0) | 2020.09.22 |
---|---|
(詩) 나의 노래 2편, '사랑은', '기도'/메밀꽃내음 싸한 언덕 너머 (0) | 2020.09.22 |
(詩) 가을날의 동화 6, '가을에 생각함', '가을 언덕'/흩날린 상념의 홀씨를 주어 담는다 맨발로 가자 옥빛 가을이 머무는 언덕으로 (0) | 2020.09.20 |
(詩) 古木頌/내 병든 영혼을 쓰다듬는 생명소 (0) | 2020.09.15 |
(詩) 마른 호수/마른 풀 내음으로 가득 찼고 (0) | 202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