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호수
청솔고개
그해 가을
마른 호숫가에서 고독한 이가
서성이는데
호수엔 드러난 붉은 흙만 가득하고
한 방울의 물밖에
가을은 그녀의 흩날리는 스카프처럼
다가와서 고추잠자리 날음으로 소리 없이
가버리는 것
가을은
마음 없는 아이가
창백한 들국화 떨기떨기 사이로
은 백양처럼 화사한 미소를
허락하는 것
마른 호수엔
마른 풀 내음으로 가득 찼고
언덕에서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
가을을 날린다
호수는
내 안처럼 말라 비었고
슬퍼도 슬퍼도
한 방울 눈물도 없는 호수
마른 호수
[1977. 9. 7. 오후 진중 호변에서 노래함]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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