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들국화는 피었는데/한 떨기 슬픔으로 피어오르는가

청솔고개 2020. 9. 15. 01:17

들국화는 피었는데

                                          청솔고개

 

영아

너는 듣는가

그해 가을 이루지 못한 나의 사랑이야기를

 

오늘도 해는 떠오르고

송이송이 구름은 솜처럼 피어나는데

나의 사랑은 한 점 바람에

옥색 들국화로 피어난다

 

길은 멀어

하늘가에 노을처럼 그리움이 모이고

옥빛 영혼은 안개처럼 흩어진다

이윽고 별빛이 눈발로 내리는 밤

나의 가여운 영혼아

어느 거친 산야에서

한 떨기 슬픔으로 피어오르는가

 

영혼은 어디메서

마른 은하의 강변에서

호올 호올 눈 내리는 언덕 오솔길에서

왔는가

머물 곳이 없고

언제나 헤매는 신세

 

내 사랑은 

눈보라에 시달려도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나고

 

영아

들국화는 피었는데

듣는가 나의 

사랑이 꽃이 되어

꽃잎으로 흐르는 얘기를

[1977. 9. 7 오후 진중 호변에서 노래함]     

                                                    2020.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