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8
청솔고개
나의 노래하나 낭송으로 청솔고개 마지막 희망편지를 마치겠습니다.
나의 ‘감포행’입니다.
감포행
청솔고개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갯가에는 겨울 해거름에
마른 바람이 불어오고
또다시 서성이는 내 영혼의 그림자
털털거리는 버스에 누이고
떠나간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마시지 않아도 흠뻑 취하는데
몸 가누지 못하고,
스러져 실려 가는 한 세상임에랴
마침내 눈 뜨면 한가슴으로
다가오는 겨울 들녘
반도의 허리는 점점이 응혈되고
한 서리는데,
겨울 햇발보다 더 포근한 흙먼지로
단장한 마른 아카시아 수풀
얼룩덜룩 색 바랜 슬레이트 지붕
선술집 봉노 싸늘히 식어가고,
이지러진 문살 닫힌 삽짝에
인적은 드물다.
파릇한 천년의 댓잎 바람에 실려
저녁연기 나직이 흐른다.
삭은 철책 새로 푸른 옷 입은
남정네들은 너무나 먼 곳에 있어
알 수 없는 적으로 인해
핏발 선 눈을 부비며
슬픔을 가슴에 묻고
한 떨기 눈물로도 지울 수 없는
사막 같은 가슴들
부여안을 수조차 없는 생활의 때를
내 무명 두루마기에 꼬질꼬질 달고선
이국의 성채런가 호올로 서 있는 등대
끄트머리
올라 서 본다.
민들레 핀
툰드라의 어느 호수이런가.
감포 청정 수역
새로 다섯 시 역광에 물들은
어부의 아낙들
가난을 기워 손질하는 멸치잡이 그물코
갯바위에서 아우성치며 불놀이로
손이 튼 악동들을 몰아가는 성난 파도의 품안
시가 죽고 순수가 짓밟히는 무력한 역사 앞에서
동해 청정 수역 영광스런 나의 강역이여!
핏발 선 눈자위로
그 무명의 바다를 향해 소리쳐도
해조음 속에 묻혀버린 가난한 나의 모국어여!
서러운 나의 노래여…….
누덕누덕 헤진
포구 저잣거리에
휘익 불어오는 한 떨기 바람.
한 모금 삼키는 설움 같은 흡연에도
가슴 아려 저무는 세월의 강
우리 떠남이 결코 욕되지 않고
어쩌다 남음이
또한 의연한 세상이여!
[1982. 겨울]
내 생애의 아이들, 그 막내들이여!
그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
-2014. 8. 29-
202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