蓮花
청솔고개
험한 세상 살아가는
歷程에서
피로한 내 영혼 뉘일 곳 없어
덧없는 서성임만
길나그네처럼
가없이 가없이
어느 일몰의 순간
떠도는 영혼은
은 백양이 눈부시는
갈잎의 호수 언덕받이에서
한 송이 떠서 흐르는
白蓮 꽃봉오리에
사뿐히 내려 앉아 쉬일까
진홍의 노을이 머물러
한 하늘이 다시 열리고
꽃잎처럼 별이 지고
무연의 눈물은 흐르는가
깊이도 모를 만큼
심연에서
돋아난 한 송이 함초롬한 生命
白蓮花
억겁 전에 인연하여
한 알 좁쌀 같은 씨앗이
잔설 스친 봄날 새벽에 그 입김으로 날려 와
거센 물결에 휩쓸리고
껍질 깨지는 아픔으로 인고하나니
싹은 트고 발을 내리고
마침내 눈물로 맺힌
꽃봉오리의
반개한 미소에
나그네의 눈길이 머무는데
마음 없는
소녀 가슴마냥
접어 두었던
白蓮花 잎
함박웃음 펴는 날
[1979.9.어느 가을날에 연지에서 노래함]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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