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蓮花/무연의 눈물은 흐르는가

청솔고개 2020. 9. 15. 01:07

蓮花

 

                                               청솔고개

험한 세상 살아가는

歷程에서

피로한 내 영혼 뉘일 곳 없어

덧없는 서성임만

길나그네처럼

가없이 가없이

 

어느 일몰의 순간

떠도는 영혼은

은 백양이 눈부시는

갈잎의 호수 언덕받이에서

한 송이 떠서 흐르는

白蓮 꽃봉오리에

사뿐히 내려 앉아 쉬일까

 

진홍의 노을이 머물러

한 하늘이 다시 열리고

꽃잎처럼 별이 지고

무연의 눈물은 흐르는가

 

깊이도 모를 만큼

심연에서

돋아난 한 송이 함초롬한 生命

白蓮花

억겁 전에 인연하여

한 알 좁쌀 같은 씨앗이

잔설 스친 봄날 새벽에 그 입김으로 날려 와

거센 물결에 휩쓸리고

껍질 깨지는 아픔으로 인고하나니

싹은 트고 발을 내리고

마침내 눈물로 맺힌

꽃봉오리의

반개한 미소에

나그네의 눈길이 머무는데

 

마음 없는

소녀 가슴마냥

접어 두었던

白蓮花 잎

함박웃음 펴는 날

[1979.9.어느 가을날에 연지에서 노래함]

                                  2020.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