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8/(詩) 감포행-우리 떠남이 결코 욕되지 않고

청솔고개 2020. 9. 1. 02:19

내 생애 ‘마지막 수업’ 그 5일의 기억 8

                                                  청솔고개

 

나의 노래하나 낭송으로  청솔고개  마지막 희망편지를 마치겠습니다.

나의 ‘감포행’입니다.

 

 

감포행

                                      청솔고개

떠날 때가 되면

떠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는.

갯가에는 겨울 해거름에

마른 바람이 불어오고

또다시 서성이는 내 영혼의 그림자

털털거리는 버스에 누이고

떠나간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마시지 않아도 흠뻑 취하는데

몸 가누지 못하고,

스러져 실려 가는 한 세상임에랴

마침내 눈 뜨면 한가슴으로

다가오는 겨울 들녘

반도의 허리는 점점이 응혈되고

한 서리는데,

겨울 햇발보다 더 포근한 흙먼지로

단장한 마른 아카시아 수풀

얼룩덜룩 색 바랜 슬레이트 지붕

선술집 봉노 싸늘히 식어가고,

이지러진 문살 닫힌 삽짝에

인적은 드물다.

파릇한 천년의 댓잎 바람에 실려

저녁연기 나직이 흐른다.

삭은 철책 새로 푸른 옷 입은

남정네들은 너무나 먼 곳에 있어

알 수 없는 적으로 인해

핏발 선 눈을 부비며

슬픔을 가슴에 묻고

한 떨기 눈물로도 지울 수 없는

사막 같은 가슴들

부여안을 수조차 없는 생활의 때를

내 무명 두루마기에 꼬질꼬질 달고선

이국의 성채런가 호올로 서 있는 등대

끄트머리

올라 서 본다.

민들레 핀

툰드라의 어느 호수이런가.

감포 청정 수역

새로 다섯 시 역광에 물들은

어부의 아낙들

가난을 기워 손질하는 멸치잡이 그물코

갯바위에서 아우성치며 불놀이로

손이 튼 악동들을 몰아가는 성난 파도의 품안

시가 죽고 순수가 짓밟히는 무력한 역사 앞에서

동해 청정 수역 영광스런 나의 강역이여!

핏발 선 눈자위로

그 무명의 바다를 향해 소리쳐도

해조음 속에 묻혀버린 가난한 나의 모국어여!

서러운 나의 노래여…….

누덕누덕 헤진

포구 저잣거리에

휘익 불어오는 한 떨기 바람.

한 모금 삼키는 설움 같은 흡연에도

가슴 아려 저무는 세월의 강

우리 떠남이 결코 욕되지 않고

어쩌다 남음이

또한 의연한 세상이여!

[1982. 겨울]

 

내 생애의 아이들, 그 막내들이여!

그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

-2014. 8. 29-

                              2020.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