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는 피었는데
청솔고개
영아
너는 듣는가
그해 가을 이루지 못한 나의 사랑이야기를
오늘도 해는 떠오르고
송이송이 구름은 솜처럼 피어나는데
나의 사랑은 한 점 바람에
옥색 들국화로 피어난다
길은 멀어
하늘가에 노을처럼 그리움이 모이고
옥빛 영혼은 안개처럼 흩어진다
이윽고 별빛이 눈발로 내리는 밤
나의 가여운 영혼아
어느 거친 산야에서
한 떨기 슬픔으로 피어오르는가
영혼은 어디메서
마른 은하의 강변에서
호올 호올 눈 내리는 언덕 오솔길에서
왔는가
머물 곳이 없고
언제나 헤매는 신세
내 사랑은
눈보라에 시달려도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나고
영아
들국화는 피었는데
듣는가 나의
사랑이 꽃이 되어
꽃잎으로 흐르는 얘기를
[1977. 9. 7 오후 진중 호변에서 노래함]
202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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