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古木頌/내 병든 영혼을 쓰다듬는 생명소

청솔고개 2020. 9. 15. 01:49

古木頌

                                 청솔고개

 

당신 앞에서면 문득

나는 터질 것만 같은 울음으로 울먹이는

가여운 아이가 됩니다

 

당신은 연둣빛 넓은 잎을 서걱입니다

밤새워 토닥이는 장마 비에

나는 통곡하는 심사로 당신을 지킵니다

 

그것은 바로 天上에서나 울리는

태고의 말씀 우주의 울림

내 병든 영혼을 쓰다듬는 생명소입니다

 

지금은 참 호젓한 나만의 시간이다.

도서관 서재에서 동쪽 창을 내다보면 아득한 단애가 마치 태고의 정적미를 자아낸다.

하늘가에 자란 소나무 그 너머에는 푸른 영일만이 이 가을비에 젖어 있겠지.

오늘은 수업이 없어 종일 음악 듣고 책 공급하고 교재연구하면서, 신동아 기사 읽으면서 보냈다.

참으로 오랜만에 허여된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

참으로 많이 절망하고 한숨 쉬고 가슴 졸이며 보내온 그간의 세월이 아니었던가?

이제 나의 이세가 이 세상에 태어 날 때도 멀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 주어야 하는가.

어떻게 뜨겁게 생을 영위하는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1984.9.15. 도서관에서 절벽과 솔나무와 가을비를 바라보면서 지음>

 

                         2020.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