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부치는 노래
청솔고개
드리워진 커튼을 걷고
내 허물어진 여사의 창을 열어
그대 어둠을 맞이하노니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이 어둠이여
어둠이 별빛을 살라
더욱 푸른 별들은 안개처럼
내 머리에 촉촉이 밤이슬 내리노니
어둠 속에 홀로 있는 자 더욱 외롭고
한 가닥가닥 맴도는
푸른 연기에 물기가 서린다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가
반짝이는 별들은 누구를 위하여
대지의 끊임없는 속삭임 마냥
어둠을 사르고 있는가
이제 사랑을 잃은 자는
예레미야의 예언으로
애통하여야 하나니 슬프고 슬프도다
이제 사랑하던 사람에게
보내야 할
하염없이 고독하고 춥던 밤에 쓴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들은
그 절망의 불길에 한줌의 연기로
화하나니 슬프고 슬프도다
아 누구더냐
황량한 포도에 후줄근히 젖어 덧없이 떨어져
쌓이는 마른 잎을 거두어 창백한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외로워도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한밤의 미몽은 언덕에서 떨어져
가위눌린 비명을 허여치 않으니 어둠은 이미
그대 안에서 노래 부르고
그대 꿈은 허물어졌나니
[1977. 9. 22. 진중 한밤에]
2020.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