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가을의 손짓/부치지 못한 많은 사연들은

청솔고개 2020. 9. 23. 19:50

가을의 손짓

                                                청솔고개

은백양이 나비처럼 날리는

그해 가을 오후는

머리 센 희랍 조각가의 마지막 손길로

다듬던 성모 마리아의 고요한 슬픔

 

그의 떨리는 손길에 맞도록

난 이 가을을 손짓하고

귀인처럼 내 자그마한 손질은

성 베드로 사원의 이끼 낀 담벼락 사이

질기고 마른 갈대를 잡고

울면서 떨고 있다

 

이제

밤마다 새워가며 아직까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향한

편지들은 회색연기로 흩어지고

 

마지막 한 장은

무너져 내리는

마음으로

된풀로 봉하는

이 슬픈 계절의 손길

 

부치지 못한 많은 사연들은

나의 비극적인 전설

[1977. 9. 26. 새벽 진중에서]

                                 2020.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