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손짓
청솔고개
은백양이 나비처럼 날리는
그해 가을 오후는
머리 센 희랍 조각가의 마지막 손길로
다듬던 성모 마리아의 고요한 슬픔
그의 떨리는 손길에 맞도록
난 이 가을을 손짓하고
귀인처럼 내 자그마한 손질은
성 베드로 사원의 이끼 낀 담벼락 사이
질기고 마른 갈대를 잡고
울면서 떨고 있다
이제
밤마다 새워가며 아직까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향한
편지들은 회색연기로 흩어지고
마지막 한 장은
무너져 내리는
마음으로
된풀로 봉하는
이 슬픈 계절의 손길
부치지 못한 많은 사연들은
나의 비극적인 전설
[1977. 9. 26. 새벽 진중에서]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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