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하여
청솔고개
딸아 우리 아가야
어제 너는 우리의 눈물
이제는 길 가는 나그네에게
바치는 한 모금 서늘한 생명수
너는 어떻게 내 곁에 왔었니
이렇게
바람 따라 왔었니 구름 타고 왔었니
이리 말없이 기적처럼 새록새록 잠들고 있니
너로 인하여 하얗게 지샌 그 밤과 밤을
천지신명도
일월성신도
그 새벽을 위하여 기원하였고
네 엄마 아빠 가슴도 그 새벽을 위해
검게 멍 들었단다
하 서러운 세월은 전설처럼 묻어두고
불꽃처럼 화안한 우리의 가슴이다
너는 알고 있었니
도솔천이 흐르는 시냇물이
고향의 앞내가 되어 흐르듯이
억겁의 인연으로
그 새벽이 탄생되었으니
세상은 갑자기 화안해지더라
너를 품은 이백 여든 일곱 날
아니 천일의 세월을
엄마는 가슴으로 아빠는 영혼으로 간직했단다
너의 고운 눈매는 우리에게
인고의 뜨거운 기쁨을 안겨주었고
너의 새까만 머리카락은
우리에게 참 행복을 깨닫게 했고
너의 뺨은 우리에게
생의 참 의미를 깨우치게 했단다
딸아 내 딸아
깊디깊은 산골의 샘물처럼 자라라
딸아 우리 새별아
보름달은 되지 마더라도
고향 마을 비치는 동구 밖 등불 되어
나그네에게 밤길 밝혀주렴
딸아 은성한 꽃송이 장미는 되지 마더라도
한 송이 흰 나리꽃으로 향내 잃지 말으렴
어서어서 자라서
세상 밝히는 은혜의 가지로 돋아나렴
[1985. 9. 27새벽 엄마 아빠가 너의 태어남을 기리며]
2020.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