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딸을 위하여/억겁의 인연으로그 새벽이 탄생되었으니

청솔고개 2020. 9. 26. 17:20

딸을 위하여

                               청솔고개

 

딸아 우리 아가야

어제 너는 우리의 눈물

이제는 길 가는 나그네에게

바치는 한 모금 서늘한 생명수

 

너는 어떻게 내 곁에 왔었니

이렇게

바람 따라 왔었니 구름 타고 왔었니

이리 말없이 기적처럼 새록새록 잠들고 있니

 

너로 인하여 하얗게 지샌 그 밤과 밤을

천지신명도

일월성신도

그 새벽을 위하여 기원하였고

네 엄마 아빠 가슴도 그 새벽을 위해

검게 멍 들었단다

 

하 서러운 세월은 전설처럼 묻어두고

불꽃처럼 화안한 우리의 가슴이다

 

너는 알고 있었니

도솔천이 흐르는 시냇물이

고향의 앞내가 되어 흐르듯이

억겁의 인연으로

그 새벽이 탄생되었으니

세상은 갑자기 화안해지더라

 

너를 품은 이백 여든 일곱 날

아니 천일의 세월을

엄마는 가슴으로 아빠는 영혼으로 간직했단다

너의 고운 눈매는 우리에게

 

인고의 뜨거운 기쁨을 안겨주었고

너의 새까만 머리카락은

우리에게 참 행복을 깨닫게 했고

너의 뺨은 우리에게

생의 참 의미를 깨우치게 했단다

 

딸아 내 딸아

깊디깊은 산골의 샘물처럼 자라라

딸아 우리 새별아

보름달은 되지 마더라도

고향 마을 비치는 동구 밖 등불 되어

나그네에게 밤길 밝혀주렴

 

딸아 은성한 꽃송이 장미는 되지 마더라도

한 송이 흰 나리꽃으로 향내 잃지 말으렴

 

어서어서 자라서

세상 밝히는 은혜의 가지로 돋아나렴

[1985. 9. 27새벽 엄마 아빠가 너의 태어남을 기리며]

                                                   2020.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