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뜨락에서/목이 하얀 나의 선녀가 달처럼 나를 보고 있다

청솔고개 2020. 10. 13. 22:40

뜨락에서

                                 청솔고개

 

그것은 소리 없이 지는 오동잎이 아니어도 좋다.

독경이 깔리는 禪寺 작은 뜰에는

이제 차가운 비에 젖어드는

연두 빛 바랜 감잎이 서걱이는데

九泉에서나 만나려나 미지의 저쪽

슬픈 영토에 사는 나의 仙女여!

 

비단 옷이 아니라도 좋다.

三更을 지새우는 귀뚜리의

울음소리가 없어도.......

향내 없는 몸뚱아리로 날개 없이도........

한 하늘 하며 살아간다는

그것하나라도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뿐이다

 

모든 것은 절망 같다

절망은 절망을 낳고 절망을.......

가없이

절망을 퍼내는 두레박은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생명줄처럼……

 

아아, 황량한 대지에는

목이 하얀

나의 선녀가

달처럼 나를 보고 있다

자꾸만

[1979. 10. 12. 普光寺 禪房에서 한 아이에게]

                                                               2020.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