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에서
청솔고개
그것은 소리 없이 지는 오동잎이 아니어도 좋다.
독경이 깔리는 禪寺 작은 뜰에는
이제 차가운 비에 젖어드는
연두 빛 바랜 감잎이 서걱이는데
九泉에서나 만나려나 미지의 저쪽
슬픈 영토에 사는 나의 仙女여!
비단 옷이 아니라도 좋다.
三更을 지새우는 귀뚜리의
울음소리가 없어도.......
향내 없는 몸뚱아리로 날개 없이도........
한 하늘 하며 살아간다는
그것하나라도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뿐이다
모든 것은 절망 같다
절망은 절망을 낳고 절망을.......
가없이
절망을 퍼내는 두레박은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생명줄처럼……
아아, 황량한 대지에는
목이 하얀
나의 선녀가
달처럼 나를 보고 있다
자꾸만
[1979. 10. 12. 普光寺 禪房에서 한 아이에게]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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