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별에게/우리는 서로 어둠을 밝혀도 손닿을 수 없는 피안

청솔고개 2020. 10. 2. 10:33

별에게

                                       청솔고개

이슬이 맺히는 새벽에 일어나

푸른 별빛을 바라본들 무엇하랴

 

별이 내가 아니듯 내가 별이 될 수 없는 이 밤의 운명

우리는 서로 어둠을 밝혀도 손닿을 수 없는 피안

 

별들이 모여서는 푸른 강물이 되고

강물은 아득한 옛날부터 먼 훗날 까지 소리 없이

흐르나니

내 마른 얼굴에도 흐느끼듯 흐르나니

 

너의 푸른 얼굴에는 나의 이 강물처럼 목마른

그리움이 가득 모이고

그리움은 안개처럼 천상으로 피어난다

너의 푸른 강변에는 한 점의 바람이 날리는

갈잎의 얼굴로 네가 서 있다

 

갈잎이 네가 아니듯 너는 갈잎이 될 수 없으니

그리운 이여, 나는

그리움에 앞서 기다림에 익숙해진 버릇으로 인해

별이 가득한 이 밤, 이슬이 맺히는 새벽에 일어나

푸른 별빛을 바라본들 무엇하랴

 

별이 내가 아니듯 내가 별이 될 수도 없는 이 밤의 운명

우리는 서로 어둠을 밝혀도 손닿을 수 없는 피안

[1977. 9. 28. 새벽 진중 초소에서 노래함]

                                                                      202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