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이 봄의 ‘낙화유수’/계곡 물 위에는 유유히 흐르는 꽃잎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청솔고개 2020. 4. 21. 22:38

이 봄의 낙화유수

                                                                                                        청솔고개

며칠 전 산행하고 내려오는데 산 벚꽃이 지기 시작하니 내 마음이 무단히 서러워서 아이한테 겹벚꽃을 이야기를 했더니, 조금 관심을 표한다. 아이는 원래 꽃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암자 앞에 굽이쳐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는 계곡으로 산 벚꽃이 폴폴 눈처럼 지고 있다. 그러더니 휙, 하고 한 줄기 봄바람이 불어오니 살랑살랑, 나풀나풀 하고 표표히 날리다가 계곡 안쪽으로 휩쓸려 물위에 진다. 이건 낙화풍진(洛花風塵)랄까. 이미 계곡 물 위에는 유유히 흐르는 꽃잎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낙화유수(落花流水)’이러니.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그래서 나도 질긴 잔디처럼 얽어지은 소중한 언약을 되새기면서 인생살이의 고개를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넘어야 할 것 같다.

이 강산 흘러가는 흰 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

 종달새가 우짖는 춘삼월에 봄 나루터에는 홍도화의 꽃잎이 물에 어리비치고 ......  아내와 아이와 같이 십여리 떨어진 절 입구에 심어져 있는 겹벚꽃을 찾았다.  멀리서 보니 꽃이 안 보인다. 가까이 가서 더 자세히 보니 꽃망울만 올망졸망, 아직 꽃피기는 이르다. 오늘도 큰집에서 자리보전하고 계시는 아버지는 낙화유수, 이 애창곡을 피아노로 쳐보고 싶으셔서 휠체어에 의지해서 건반을 두들겨보지만 몇 개 음표만 짚다가아득하게 절망하는 표정으로 건반에 그냥 얼굴을 엎드리시다가 바로 주무시곤 한다.   2020.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