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낙화유수’
청솔고개
며칠 전 산행하고 내려오는데 산 벚꽃이 지기 시작하니 내 마음이 무단히 서러워서 아이한테 겹벚꽃을 이야기를 했더니, 조금 관심을 표한다. 아이는 원래 꽃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암자 앞에 굽이쳐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는 계곡으로 산 벚꽃이 폴폴 눈처럼 지고 있다. 그러더니 휙, 하고 한 줄기 봄바람이 불어오니 살랑살랑, 나풀나풀 하고 표표히 날리다가 계곡 안쪽으로 휩쓸려 물위에 진다. 이건 낙화풍진(洛花風塵)이랄까. 이미 계곡 물 위에는 유유히 흐르는 꽃잎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낙화유수(落花流水)’이러니.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그래서 나도 질긴 잔디처럼 얽어지은 소중한 언약을 되새기면서 인생살이의 고개를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넘어야 할 것 같다.
이 강산 흘러가는 흰 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