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에게 부치는 悲歌
청솔고개
너는 한 마리 외로운 제비
칠흑 같은 머리카락 玉色 낯빛을 하고
그래, 웬일로 이리도 덧없이 강남을 떠나왔니
꿈결처럼 봄은 아직 아득하고 참꽃 망울 아직 맺지도 않았단다
그래, 네 고향에는 시방도 꽃이 피고 있을거야
결코 이울지 않는 꽃 이파리들이
한바탕 쏟아진 달빛 같은 油菜꽃이랑
태양처럼 붉게 타오는 冬柏, 그 늘푸른 나무랑
남빛 바다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웃음 짓고
너는 그 밤을 헤매고 있었지, 쥐불 연기 안개처럼 강안 마을을 뒤덮고
알 수 없는 적의를 번득이던 악동들의 함성은
얼어붙은 江心 그 은밀한 흐름으로 메아리 치고
정월 대보름 밤 절망 같은 달은 둥두렷이 떠오는데
너는 끝내 깃을 찾지도 못하고 차갑고 어두운 밤하늘을 헤매고 있었지
너의 연잎 같은 입술은 추위에 끝없이 절망하고 파랗게 질리고
네 작은 새 가슴은 약한 풍선 터짐으로 바람처럼 흩어질 뻔 했지
아아, 五色으로 피어오르는 그 밤의 기적 같은 구름송이 티끌처럼
날아와 솜덩이로 풀어진 네 육신은 드디어 내 초라한 가슴의 궁궐
한 뼘 되는 깃, 둥우리에 안식할 수 있었지
칠보화관 구중궁궐은 아니어도 나는 왕자, 들국화 관 쓴
어설프고 어린 왕자
내 정갈한 영혼의 무지개는 天上에서나 피어오르는
기적의 불기둥으로 어둠을 밝히는데 영혼의 목마름을 서늘히
축여주는 가엾은 생명의 샘으로
그 밤에는 철늦은 무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깃을 뒤덮고
너는 추위에 네 절망의 궁궐 같은 가슴에서 새하얗게 밤 새웠지
꿈도 없이 절망해버린 너의 한밤은 동트는 새벽과 피곤한
나래짓하며 높이 날아가 버렸지
그리고는 끝내 되돌아 올 줄몰랐지 내 무너져 내리는 동굴 같은 품속으로
못난 아이처럼 너는 어느 하늘 아래 호올로 날으고 있느뇨
서러운 모습 나의 제비여
나래 잃은 나의 仙女여
[위의 시는 1980년 봄에 쓴 것임]
2020.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