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내 생애의 낙화유수(落花流水)’/낙화표풍(洛花漂風)…… 지는 꽃잎이 물위에 떠서 흐르기도 하고 바람에 나부끼기도 한다 혹은 바람에 흔적 없이 표표(漂漂)히 흩날리는 깃발……

청솔고개 2020. 4. 29. 22:25

내 생애의 낙화유수(落花流水)

 

                                                                  청솔고개

사람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이더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소식을 편지로 쓰자

  인생사는 낙화해서 유수처럼 흘러가 되돌릴 수는 없지만, 결국 닿는 곳은 포구이니, 그곳은 사람의 정이 넘친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사람의 풍속은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고 했거늘, 봄맞이꽃들이 어우러진 들창 가에서 이 강산 봄소식을 그리운 이에게 편지로 보내드리고 싶다는 열망을 노래하고 있다.

  올해도 또 4월의 끝자락, ⁰‘꽃은 피고 지고 세월이 가도 (지는 꽃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마다 사무쳐 오네

그래서 아래는 그간 틈틈이 내가 기워서 펼쳐 보이는 내 생애의 낙화유수(落花流水)

내 생애 조각조각을 땀땀이 기워서 지어 가면, 언젠가는 비록 누덕누덕 기운 흔적이 현저해 남루해보이긴 하겠지만, 필경 내 생애를 덮을 옷 한 벌은 마련되겠지…….

  뜰의 동백꽃은 벌써 지기 시작한다. 작년 고2 문학시간에 아이들한테 이 영상을 띄어가면서 일홍대추의 희망편지를 써서 읽어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목련은 거의 만개했다. 활짝 펴다 못해 조금씩 누르스름하다. 곧 질 것 같다. 이것도 여기 사는 동안 이게 마지막일진대, 우리 인생도 이러할진대, 낙화유수(落花流水), 낙화풍진(洛花風塵)이랄까. 오늘 아침은 더욱 비감해진다. [2015.3.25.]

  이어서 옥룡암을 들렀다. 낙화유수의 진경(珍景)을 보고 싶어서였다. 산 벚꽃 잎이 점점이 계곡 옆 흩어져 있지만 낙화유수는 아니다. 차라리 아까 일천바위 오를 때 도랑에서 떠내려가는 산 벚꽃 잎이 더 실감 난다. 바로 노래를 듣고 싶어서 휴대폰에서 곡목을 찾아보았으나 안 보인다. 부리나케 집에 가서 곧 찾아 듣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다시 혼자 산림환경연구원을 찾았다. 내가 혼자 잿빛 먹물 생활한복을 입고 호젓이 걷는 게 참 좋다. 아직 봄꽃이 다 피지는 않았다. 비비추 나물 군락이 눈에 뜨인다. 작년 이맘 때 아내와 같이 봄나물 뜯던 기억이 새롭다. 미루나무, 낙엽송에 물이 오른다. 날이 흐려진다. 일진광풍이 분다. 이런 모습이 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연신 이 어두운 분위기를 폰에 담는다. 오늘이 생애의 마지막 날처럼. 이 모든 게 언젠가는 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2015.4.16.]

  남쪽 그라운드 골프장 옆 등나무 꽃이 핀 아늑한 공간에서는 잠시 곧추 앉아 명상도 해 본다. 낙화유수(落花流水), 아니 낙화표풍(洛花漂風)……. 는 꽃잎이 물위에 떠서 흐르기도 하고 바람에 나부끼기도 한다. 혹은 바람에 흔적 없이 표표(漂漂)히 흩날리는 깃발……. 삶은 그런 것, 이제 내 화두(話頭)는 이 낙화표풍(洛花漂風). 다시 걷는다. 양 신발 뒤축이 모두 닳아서 걸음이 더욱 파행(跛行)하는 노인네 옆에는 충혼탑 주변을 쓸고 있는 퇴역한 백발의 노병 모습이 더불어 눈에 들어온다. 나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을 터. 난 내 시선을 외부로 옮겨서 소로우처럼 자연을 관찰하기보다 인간사를 관찰해서 기록하고 싶다. 내 명상의 소재와 시선은 이제 외부로 향해 본다. [2015.4.29.]

오늘 명상 터를 잡았다. 등꽃 그늘 아래다. 앞으로는 철따라 애기단풍 밑, 이팝나무 아래 등 적절한 곳을 정해서 명상을 한다. 낙엽표풍의 화두도 재개해 본다. 소로우의 전기도 읽고 허리 젖힘 운동도 제대로 해본다. 최근래 기분이 가장 좋다. 기분 다스리기가 제대로 된다. 등꽃그늘에서 12시 다 되어서 일어났다.

꽃이 다시 피는 새봄이 와도 그리움은 가슴마다 메아리치네’  [2015.4.30.]  2020. 4. 29.

[주(注)]

꽃은 피고 지고 세월이 가도 그리움은 가슴마다 사무쳐 오네’ : 이미자님의 노래  그리움은 가슴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