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와 하롱베이 여행기 1/ 떠남
청솔고개
내일은 옛 친구들, 그 부인들 네 가족이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앙코르와트와 하롱베이 여행 출발하는 날이다. 마음이 긴장되고 설렌다. 여행 준비로 마음부터 분주하다. 내가 복용할 약 챙기는 게 급선무다. 오늘은 밤 12시에 출발하니 아직은 마음이 느긋하다. 며칠 전에 준비한 여행용 가방을 열고 속옷, 더운 나라에서 입을 옷, 가을 같은 날씨에 입을 옷 등을 챙겼다. 특히 차표 챙기는 일도 잊지 않았다. 애초 12시 이후 그 다음 공항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폭설이 온다거나 할 경우를 대비해서 그냥 그대로 하기로 했다. 얼멍얼멍하다가 겨우 시간 전에 시외터미널에 도착했다. [2013. 1. 12. 토. 맑음]
‘밤으로의 긴 여로’라는 말이 떠오르는 겨울 심야 여행이다. 어둠 속이라 어딘지도 모르겠는데 안개가 자욱한 걸 봐서 벌써 인천 공항 대교 가까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04:15, 인천 국제공항 도착했다. 거의 다 와서 고속도로에서 맞은편에서 역주행 하는 차를 공항버스 운전기사가 엉겹 결에 발견하고 온갖 상소리를 다해 욕을 해댄다. 게다가 신고한 곳의 위치를 잘 몰라서 담당 경찰이 계속 기사한테로 전화질을 해 대는 바람에 더욱 입성은 사나워질 뿐이다. 트렁크 열어주는 공항버스 기사의 태도가 상상 외로 불친절, 불성실하다. 내 뒷좌석 외국인이 갤럭시 노트 10.1을 쓰고 있다. 작은 노트 크기다. 이게 태블릿 pc인가. 편리해 보인다. 여행 중 각종 기록할 일이 많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 같다. 구입해 보아야 하겠다. 새벽 인천 공항도 역시나 고요했다. 문을 닫은 곳도 많다. 벌써 내 다리가 저려 온다. 이것 때문에 이번 여행 정말 걱정이 많이 된다. 새벽 6시 좀 지나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일행들을 기다렸다.
여행사 직원이 나왔다. 당초 예정보다는 대폭 여정의 순서가 바뀐 안내 팜풀릿을 준다. 바로 호치민(구사이공)으로 가서 다시 베트남 국내선을 타고 시앰립으로 올라오는 코스다. 여행사 가이드는 동행하지 않는다. 여행 출발 기분은 들뜨고 신나는 건 한두 번 잠시다. 이제는 기분이 무거워진다. 내게는 이런 게 다반사이다. 정말 싫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아니, 자주 모든 것과 결별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 그리 쉽게 할 수 없는 게 삶이 아니던가. 새벽 버스에서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눈이 좀 따끔거리는 것 같다.
베트남 국적 비행기, 13게이트 이용. 바깥 인천 공항은 엷은 안개에 싸여 있다. 당초 출발 계획은 10:05인데 변경되어 09:35 탑승 시작, 탑승 완료 10:05. 우리 일행은 우리 네 쌍 부부 외 4명이 더 있다. 한 친구 부인의 친인척 및 지인인 것 같다. 그 친구의 처형 내외, 처제. 그 친구 처의 친구다. 탑승하기 전 둘째로부터 문자메시지 왔다고 아내가 반색한다. 아들아 고맙다. 이제 네가 스스로 이겨내는 신호를 보여주는가. 제 어머니와 한참 통화한다. 그냥 문자 메시지라도 소통이니 소중하고 고마울 뿐이다.
김진명 작가의 《한반도 1》 읽기 시작. 한반도 주변의 역학 관계를 다시 조명하게 하는 책이다.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이나 명상과는 멀다. 이어폰으로 클래식을 들었다. 마음의 치유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이다. 차이코프스키, 윌리암 텔도 감상했다. 기내식은 ‘fried sea bass(구운 바다 농어), 맥주 1, 차 1, 화이트 와인 1, 오렌지 주스 1, 물2, 한껏 먹을 만큼 먹어댔다. 배가 많이 부르다.
호치민 공항에 내리니 열대의 폭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캄보디아 전통 건축 양식으로 소박하게 꾸며진 공항은 마치 버스터미널 같은 분위기다. 다시 씨앰립 행 국내선을 탔다. 호치민에 왔는데도 못 둘러보아서 좀 아쉽다. 그래도 오르내리면서 도시의 전경을 조망하고 도시의 공기도 맛보았다. 1955년에서 1975년까지 20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남북이 대치하면서 전쟁을 벌였다. 1961년 미군이 개입했지만 월맹의 끈질긴 공세로 결국 월남이 패망한 현대사의 현주소가 바로 여기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으로 망명하고 또 보트 피플로 떠돌아다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하였다는 기사를 수없이 보아왔던 것이다. 현지 시각으로 17:20. 씨엠립의 식당에 가서 18:00에 식사 마치고 오늘 숙소 퍼시픽호텔에 도착하였다.
다음은 현지 가이드가 버스 속에서 안내한 요지다. "앙코르와트는 문화 탐험 여행이다. 과거엔 태국서 앙코르와트까지 비포장 육로로 들어왔기 때문에 참 험난했었다. 내일 여행은 주로 걷는다. 2kg정도 다이어트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신전 참배 코스는 72도 암벽 등반이라 생각하면 된다. 오전은 버스, 오후엔 툭툭이가 교통수단이다. 툭툭이는 오토바이에 수레를 달아서 인력거처럼 사용하는 캄보디아의 명물이다. 이곳은 여름은 우기, 지금처럼 겨울은 건기다. 버스 등 차량의 주차 상태가 무질서의 극치이니 조심할 것이며, 걷기 좋은 신발, 창 모자, 선크림은 꼭 사용해야 한다.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여행 코스라 평가다. 시엠립은 크메르 말로 ‘태국을 물리치다’라는 뜻이다. 특히 수인성 전염병이나 풍토병 위험 때문에 식수는 반드시 생수만 이용할 것이며 캄보디아 현지어 간단한 것으로는 ‘섭섭하이’(합장하면서 ‘안녕’), ‘어이쿠지랄’(고맙습니다.), ‘번득 떡’(화장실) 등. 인도지나 반도에서 베트남, 싱가포르 등은 중국 유교문화권인데 비해 캄보디아는 다소 예외적으로 인도문화권이다."
저녁에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시내 구경을 했다. ‘툭툭이’ 타고 둘러보는 밤 문화 섭렵은 그 나라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NIGHT MARKET'이라고 60년대 우리 식의 소박한 전광판이 눈에 띈다. 내가 다리 저림이 심하여 뒤에 처져 표 안 나게 뒤따라가는데 참 곤혹스럽고 힘 든다. 아내는 늘 나를 주시하고 걱정하는 눈빛이다. 그런 아내가 고맙다. 호텔 근처에서 캄보디아 맥주와 양 꼬치로 건배하고 간단히 한 잔 했다. 늘 서로 떨어져 있어서 자주 만나지 못해서 쌓아두었던 살아가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회포를 푼다. 오면서 열대 과일 가게에 가서 이름도 모를 진기한 열대 과일을 실컷 맛보았다. 중고 시절을 같이하고, 한창 파릇파릇한 사춘기에 애환을 함께한 옛 동무들과 그 부인들과의 이역 열대에서의 이 시간은 그 자체가 행복이고 축복이다. 평생의 우의를 지킨 데 대한 자축이고 보상이다. 멋진 열대의 밤이다. [2013. 1. 13. 일. 맑음]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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