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와 하롱베이 여행기 2/ 앙코르 톰, 바이온 사원, 따프롬 사원
청솔고개
엊저녁에는 밤 11시 좀 지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잠은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첫날부터 마음이 무척 불편하다. 예의 여행이 주는 심리적 반작용이 다시 도진 거 같다. 여행 땐 늘 감수해야 하는 건데, 지나고 보면 이 모든 것 역시 내 분신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다독여준다. 아내와 아이들 등 우리 가족 모두 함께한 태국, 인도네시아 여행 때도 그랬고, 아내와 같이 갔던 뉴욕의 여름밤도 마찬가지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도 유럽 연수 여행 땐 더 극심했었지 않았던가. 그러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의 이 마음 상태는 그리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이는 내 평생의 업보라 생각한다. 함께 해야 할 내 그림자, 내가 거두어야 할 동반자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6시 30분에 혈압약과 당뇨약 복용하는 거 잊지 않았다.
다음은 아침에 버스에서의 가이드의 오늘 답사할 유적지에 대한 안내 요지이다.
앙코르와트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150년 걸려도 이 거대한 석조 건물 완성하기 힘 든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그런데 그 당시는 불과 37년 만에 완성한 것이 불가사의(不可思議)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인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2,500년에서 1,500년까지 이어졌는데, 지금의 파키스탄, 인도의 펀자브지방, 현재 인더스 강 중류지역에서 발달한 인도 최초의 문명이다. 여기에서 기원된 브라만교의 베다 경전, 힌두교가 태동으로 이어졌고, 이후 불교, 자이나교의 분파와 관련된다. 앙코르와트는 이러한 기원을 둔 힌두교의 유적이다. 당시 제사들장은 신들의 계시를 들을 수 있는 존재이며 따라서 환각 상태가 필요해서 환각제가 발달하였다. 그 때의 사회제도로는 카스트라 해서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노예)의 세습적 계급제도 사회다. 이와 관련된 신은 33신 중 상위 3대신인데, 첫째는 ‘창조의 신’으로 브라흐마로 이는 인기는 별로 없고 머리 4 개, 몸통 1개로 거위 타고 다니며, 둘째는 ‘유지의 신’ 비수뉴로 머리 1개, 팔 4개이며 전시에는 팔이 8개 돼 반인 반조의 독수리 형상을 하고 있고, 셋째는 파괴의 신 시바로 그 상징물로 남성기 형상의 링가와 여성기 형상의 요니가 있다. 2천 년 전에는 물속이나 습지에서 수상가옥형태로 살다가 앙코르왕조(802-1431년)가 건립되었다. 그 후 아유타야 왕국 침략으로 멸망하였다. 크메르 족의 조상은 뱀으로 된 장식물이 많다. 우리나라 역사와 대비하면 통일신라시대에 건국되어 630년 동안 크메르제국이 유지되었다. 왕은 위의 3대신과 왕의 합체를 표방하는 신왕(神王)으로서 통치하였다. 현재 152곳이나 되는 앙코르유적지는 세계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에 해당하며 일종의 피라미드라고 본다. 불가사의로 불리는 이유는 주위 150km 이내 산이 없다는 점. 높이가 65m로 요즘 건물 20-25층 높이에 해당한다는 점, 돌의 공급처가 확인 안 된다는 점, 밀림 속에 430여 년 동안 방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 당시 도시의 백만 인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건물의 규모는 700m×700m이고 건물이 깔고 있는 땅의 넓이는 동서 1.5km×남북1.3km로 전체적으로는 힌두교의 만다라를 나타낸다고 한다.
오전은 버스를 타고 앙코르 톰을 탐방하였다.
앙코르 톰은 인공 해자(垓字)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물은 천년 동안 고여 있지만 물밑 황토층으로 인해서 묘한 자정작용을 가져와 썩지 않는다. 이 앙코르 톰은 다섯 개의 큰 탑으로 되어 있는데 마치 주사위 다섯 지점이 그 탑의 위치가 되는 것이다. 앞에서 그냥 보면 암만 봐도 3개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데 약간 옆으로 틀어서 보면 5개 큰 탑이 확연히 보이는데 가이드는 그 지점이 여기의 촬영 포인트라고 역설했다. 가운데 탑은 수미산이고 주변 탑은 그 연봉을 상징한다.
참 오묘하여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유적의 문화사적, 종교 철학적인 측면을 가이드는 아주 단순 명쾌하게 안내한다. 그 복잡한 내용은 좀 더 보완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두고. 메모를 보니 내용과 스토리가 잘 연결이 안 된다. 좀 더 공부해야 하겠다.
오후엔 툭툭이를 타고 바이온 사원과 따프롬 사원을 탐방하였다. 툭툭이는 참 간단한 이동 수단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일렬로 죽 늘어져 행진하듯이 질주하는 모습이 참 흥미롭다. 여기 방문한 서양인들은 대체로 자전거로 이동을 한다. 이들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우리 툭툭이 운전자는 참 순박한 인상이다. 아내는 감동한 듯 팁을 준비해서 건넨다.
바이욘 사원은 54개의 탑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그 탑은 규격과 모습은 다 다르다. 특히 벽면의 조각 얼굴 표정은 다 다르다. 사면이 얼굴 조각으로 장식되었다고 볼 때, 54×4=216이니 216면의 다른 얼굴 조각이 장관이다. 거대한 조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그냥 살아 있다. 그야말로 ‘크메르의 미소’라고 명명할 정도로 표정이 살아 있다. 2009년 1월에 여기를 처음 방문할 때도 그랬다. 돌이끼가 진하게 끼어 있어서 천년의 세월을 실감나게 한다.
오후 2시 20분 경, 따프롬 사원을 찾았는데, 한마디로 이 사원은 나무와 돌의 역사가 그 자체가 기록된 독특한 풍광이 별미다. 천년의 생명이 천년의 우주를 휘감고 있다고나 할까. 천년의 나무가 이제 성장 억제제를 맞고 나목처럼 버티고 서 있다. 영화 툰레이더의 촬영 현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나무 때문에 사원이 무너진다는 우려보다 나무줄기와 뿌리에 엉겨서 돌 구조물이 그 본 모양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기기묘묘한 뿌리와 줄기, 마치 남성(男性)처럼 생긴 묘한 모습을 잡고 있는 사진 포즈가 에로틱하다 못해 코믹하다.
이곳은 두 번째 방문이지만 하나 놀라운 것은 이런 거대 문명을 이룬 위대한 조상을 둔 캄보디아가 그 동안 정치지도자들의 잘못으로 킬링필드라는 오명처럼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약체 국가로 대접 받고 있는 점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나라와 민족이 언젠가는 앙코르왕조와 앙코르와트라는 강대한 역사와 문화를 건설하였던 잠재력을 회복하여 더욱 부강한 나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도 해본다. 마치 우리나라가 그렇게 숱한 외침과 고난을 겪고서도 면면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일어서고 있듯이.
저녁 식사 전엔 피로한 몸을 풀기 위해 전신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몇 개 현지어 ‘카랑카랑(세게), 틱틱(살살), 짝가치(간지럽다)’등을 소개해 준다. 나를 맡은 마사지 걸은 서른 살 가까이 나이가 된다고 했지만 생각보다는 더 어려 보였다.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면서 생활전선에 투신하고 있는 작달막한 이들의 모습이 참 애잔하다. 팁 2불을 지불했다. 이곳이 마사지가 발달한 이유는 동아시아 소승불교 신자들이 가부좌를 틀고 혹독하게 수도하는 과정에서 발이 저리고 몸이 혹사되는 것을 풀어 주기 위해서 생겨났다는 가이드의 말이 생각난다. [2013. 1. 14. 월] 202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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