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러시아, 북유럽 여행기록 제11~12일/ 흐린 하늘색이 그대로 투영된 크뢰단 빙하호수는 노르웨이 물길을 거스른다, 야일로에서 오슬로까지 약 250km를 서너 시간 동안 달리면서 마지막 노르웨이..

청솔고개 2021. 5. 24. 21:55

러시아, 북유럽 여행기록 제11~12일

                                                                       청솔고개

 

   오늘은 현지에서의 여행 마지막 날이다. 07:05 호텔에서 출발. 날씨는 약간 서늘하고 역시 짙게 흐려 있다. 어제 내가 정말 보았던가 싶게 우리 호텔이 그림 같은 목조 건물이 잔디와 초지 위에 서 있다가 멀어진다. 자작나무의 스스로 그 고귀한 자태를 여기서는 맘껏 볼 수 있어서 좋다. 내려올수록 움조차 트지 않았던 산장마을과는 달리 숲은 더욱 짙어진다. 계곡마다 눈 녹은 물이 콸콸 쏟아진다. 아직 양, 염소, 소, 말 같은 가축은 안 보인다. 흐린 하늘색이 그대로 투영된 크뢰단 빙하호수는 노르웨이 물길을 거스른다. 오슬로 공항 까지 가면서 이 호수를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고 또다시 만난다. 거울 같은 빙하 호숫가에도 노르웨이 숲은 이어져 있다. 자작나무숲의 나라, 노르웨이를 떠나면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 또다시 떠오른다. 어제 북대서양 베르겐(Bergen)에서 미르달(Myrdal)의 플롬((Flåm), 야일로(게일로, Geilo)로 해서 북해 오슬로(Oslo)로 이어지는 이 길은 그야말로 숲과 호수의 천국이다. 오늘은 야일로에서 오슬로까지 약 250km를 서너 시간 동안 달리면서 마지막 노르웨이와의 풍광과 작별할 충분한 시간을 얻고 있는 것이다.

   내 생애에 언제 다시 한 번 여기 올 수 있으랴! 여행이란 늘 이러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법. 일회성이기에 더 절실한 법. 우리 인생을 꼭 빼다 닮았으니 전 생애 중, 작은 곁가지 한 생애를 체험해 보는 것. 고향으로 귀소(歸巢).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여행은 늘 이렇게 독주(毒酒)에 중독되는 현상 같은 것.

   13:10경 오슬로 공항 출발, 16:45 모스크바 공항 도착, 20:55에 SU250편으로 인천공항 향발. 8시간 남짓 비행. [2016. 5. 24. 화. 흐림.]

   11:10에 인천 공항 도착. 10박 12일 러시아 북유럽 6개국 여행 대미(大尾)를 장식한다.[2016. 5. 25. 수. 흐림.]      2021.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