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12. 6. 25. 월. 흐림
이것저것 정리하다 5시에 바로 농막으로 직행했다. 고추 지줏대에 끈을 매고 가장자리에도 말뚝을 쳐서 탱탱하게 해 주었다. 비틀린 고춧대, 넘어진 고춧대, 비스듬히 쓰러진 고춧대, 부러진 고춧대가 모두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뒤틀려 곱사등이처럼 된 놈을 바로 잡으려다가 몇 개를 부러뜨렸다. 마음이 불편하다. 결국은 두 고랑도 못하고 일손을 접고 동생과 같이 근처 마을 식당에 가서 소기(蘇氣)와 보신(補身)을 위해 보신탕 수정개를 같이 먹었다. 동생도 맛있게 잘 먹는다. 오늘은 오후 내내 날씨가 선선해서 땀 많이 안 흘리고 일 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아버지 말씀대로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농작물 생육엔 안 좋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큰집에 들러서 부모님 안부 살피고 그동안 경과를 말씀 드린 후 밤 10시에 귀가했다.
2012. 6. 28. 목. 흐림
퇴근하면서 지역의 광고협회 사무실에 가서 아내가 부탁하여 놓았던 폐현수막 40장 정도를 인수해왔다. 밭고랑에 깔아서 풀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농사를 시작하니 온갖 것을 다 겪는 것 같다.
2012. 6. 29. 금. 흐림
새벽에 아내와 같이 폐현수막을 농막에 가져갔다. 시간 되는 대로 좀 덮다가 왔다. 아내는 채소를 좀 솎아서 왔다. 초여름의 새벽 공기가 참 좋다. 특히 작물 포기마다 이슬이 함초롬히 맺힌 모습은 평화와 생명 그 자체다. 농막에 잠시 들렀다가 동생 보고 폐현수막 좀 깔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선뜻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다. 동생은 이렇듯 비판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무엇이 동생으로 하여금 이러한 인간형으로 굳어지게 했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2022.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