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21. 8. 24. 오늘은 드디어 서울 가는 날. 출발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1시 27분에 요양병원에서 간호사가 전화했다. 아버지가 헤모글로빈 수치가 많이 낮아 져 산소포화도 수치도 부족하며 열도 좀 있는 것 같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왔다. 지금 내가 허리 진료로 서울 가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고 병원에서 처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 달라고 한다. 나도 마음이 두 갈래이다. 내 몸도 돌봐야 되고 아버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보살펴 드려야 한다는 도리가 그것이다. 일단 26일 진료 후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그런 전화를 받으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냥 가라앉는 것 같다. 아내도 내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이제 아버지께 할 도리는 당신도 충분히 하시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부모에 대한 도리를 추호의 후회도 미련도 없이 다하려고 하는 신념에 부딪친다. 마음이 복잡하다.
2021. 8. 25. 오전 10시쯤 아버지 주치의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버지의 병세는 이미 다 알고 있은 것이고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했다. 다만 보호자로서 이 조처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병원의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내가 26일 진료 후 내려가든지 하면 연락할 것이고 패혈증 오기 전까지는 병원 처치를 따르기로 보호자로서 다시 약속했다. 병원에서는 일단 폐렴에 대한 열 처치부터 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2021. 8. 30. 점심 식사 후에 요양병원 간호사가 전화해 왔다. 수요일 오전까지 아버지 수혈 동의를 위해 직접 병원에 와서 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동생한테 전화해서 부탁했더니 해보겠다고 한다. 다시 병원에 전화해서 동생이 갈 것이라고 전해 놓았다. 이정도로 해결되니 정말 다행이다. 고향에 동생 하나 있는 게 그래도 큰 도움이 된다. 이따 저녁에 전화해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뭐 하나 무거운 것이 내려지는 기분이다. 오늘 내일 모레 저녁까지 두세 번은 아내와 같이 여기서 동행 산책할 희망은 있을 것 같다. 희망적이다. 다만 혈액수치가 6에서 4까지 내려간 아버지께서 잘 견뎌주셔야 할 것 같아 일말의 불안감은 깔려 있다. 아내의 말대로 이제는 좀 모든 걸 움켜쥐지 말고 놓아야 할 것 같다.
2021. 9. 1. 아침에 아버지 주치의가 전화해 왔다. 아무래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서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허리치료 때문에 일정이 늘어져서 곤란하지만 일단 내일 내려가서 오후에 면담하겠다고 하니 반색한다. 담당의사의 고언이 참 고맙다. 일단 내일 귀향하기로 하고 모든 일정을 추진해야 할 것 같다.
2021. 9. 2. 친구와 같이 서울에서 내려와서 바로 아버지 요양병원 주차장에 도착해서 아버지주치의인 재활 의학과과장과 면담했다. 내가 내일, 모레 주말 동안 아버지 용태를 지켜보다가 마치고 월요일쯤 전원 입원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하니 주치의는 주말 동안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일이라도 입원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전문가의 견해를 따라야 후회가 없는 법, 그래서 내일 11시에 이송하기로 약속했다. 202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