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무엇이 나의 이 삶을 견디게 하는가
청솔고개
이렇게 살다보니…….
술을 반년이나 안 마셔 봐도
그냥 견디어 지네
일주일 내내 사람 하나 안 봐도
이 삶이 버티어 지네
입성, 먹을거리, 잠자리에
마음과 몸까지 모두가 부자유스러워도
어느 하나 안 아쉬운 게 없어도
그냥 살아지네
해가 바뀌고 한 철이 흘러, 흘러
또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꽃이 지고…….
무슨 꽃이더라…….
지금 피고 있는 꽃이
무슨 꽃이었더라…….
시방 지는 꽃이
이제 내 오른쪽 눈동자에는
희끄무레한 안개가 무시로 끼어있고
왼쪽 눈까지 번져가네
내 허리와 등을 덮은
거북 등껍질 벗을 날은 그 언젤꼬?
방안에서 우두커니 앉아
창 너머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걸으며 세 끼 찾아 먹고 그렇게 살며
다시 일어나서 걸으면서 살아보며…….
그래 이제는,
무엇이 나의 이 삶을 이토록 견디게 하는가
<2022. 5. 늦은 봄 어느 날에>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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