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청솔고개
오늘도
해질 무렵 산길을 외로 걷는다
오월의 등꽃이 해질녘 샛별로 피어나고
초저녁 등불로 퍼져나가
머얼리 아카시아 꽃 더미에
그 향훈에
내 세상사 번뇌를 날려 보낸다
아직은 내 생애 가장 슬픈 일이
다가오지 않았음을
예감하는데
그래서
내안의 모든 번뇌는 내가 감싸 안아야 한다면서
내가 부여잡아야 한다면서
오늘도 허위허위 털레털레
저물녘 산길을 걷는다
한 발짝 한순간 한 호흡에도 간절한 명상이다
마음 다스림이다 챙김이다
즐비하게 가로 누운
낙우송 등걸에 앉아
백여덟을 헤아린다
백여덟을 헤아린다
바람이 하늘가에서
빗살처럼 흩어진다
깃털처럼 나부끼다
대갈일성 우지끈 꽈당 나를 꾸짖는다
모든 게 번뇌이고 또 아닌 것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천 바위 향하며
길 없는 길을 열어본다
저물녘 서녘하늘
엷은 구름 너머에는
정토가 있으려나
마음속 깊이 희원하면서
다시 합장하고
일백여덟을 헤아려본다.
산비둘기도
갈가마귀도
온갖 산새의 울부짖음도
풀풀 날리는 송화 가루도
언젠가는
지수화풍으로 화할거니......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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