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편지

(詩) 詩人의 노래/사랑하고 싶은 자는 영원히 사랑하게 내버려 두고 남은 자는 잠 들어라

청솔고개 2020. 5. 16. 20:12

詩人의 노래

                                    청솔고개

 

밤마다 호올호올 내리는

별들의,

서늘한 눈물 속에 피어나는,

천상(天上)의 꽃들을 본다

한 떨기 꽃바람에 취해

아득히 자꾸만 멀어져가는 모습들

무진(無盡) 세상에서

그리운 이 여읨이

이토록 설운 일이거늘

밤마다 열화(熱火)

타오르는 가슴은

고통으로 끓어오르고

무진(無盡) 세상에서 불어드는

바람과 티끌로

마침내 그 센 입술마저

갈증으로 타들어 간다

그리하여,

이별하고 싶은 자는

이별하게 하고, 무시(無時)

꿈꾸고 싶은 자는 꿈꾸게 하라, 한밤에

사랑하고 싶은 자는 영원히

사랑하게 내버려 두고 

남은 자는 잠 들어라

  [19785월 진중에서 씀]

 

 

 

나의 꿈은 작가입니다.

작가는 이상주의자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상주의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합니다.

이상을 실천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정신적인 것입니다.

작가, 특히 시인의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힘주어 노래하는 일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행동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혁명가가 되는 것입니다.

70년대 초에서 80년대 말까지 우리 곁에는 많은 혁명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더 좋은 세상 만들기를 위해 목숨 던져 스스로 희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른바 민주화 열사들입니다.

조국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분들에 의해서 완성되었습니다.

나는 용기가 부족해서 그렇게 행동할 수는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래서 그냥 나의 꿈만 노래했습니다.

시인의 꿈을 노래했습니다.

 

나는 70년대의 후반 3년을 군에서 보냈습니다.

위의 노래는

고독하고 암울한 그 진중에서,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위해 불러본 것입니다.

어딘가에 많이 위로받고 싶었고 기대고 싶었고 탈출하고도 싶었습니다.

꿈이 자꾸 멀어져갔습니다. 

나의 꿈이 상실돼 가는 것을 두려워해서 노래한 것입니다.         

                                              2020.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