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청솔고개
차라리 입을 다물거나
오월의 잔혹한 태양 아래서는
갈증(渴症)처럼 욕망에 몸뚱아리를 핥이며
핏발선 눈으로 지킨 기인 밤을
고이 눈을 감고 있었지 가장 신성한 듯이
실거머리 입술을 마지막 보루처럼 지키면서
어디로 갔을까, 그미는
온기 남은 동전마저 날렵한 입질로 물어가고선
동굴처럼 칙칙한 어두운 내음을 흘려 두고선
이름도 묻지 않는 그미는
욕망의 긴 터널 입구에서
기나긴 서성임은 결코 취하지 않아서였던가
새벽에는 짙은 운우(雲雨)로
한 마리의 지친 들개처럼
뒷다리를 질질 끌면서 나는
마지막 자유를 향유했다
그렇다 새벽에는 탈출해야 한다
이 욕망의 동굴을
눈을 감을 거나
절망을 외면해서인가
내 순수(純粹)의 기인 머리카락을
끝없이 흩날리면서
발정한 까투리의 깃털처럼
나의 눈에는
황사(黃砂)의 먼 산 바람처럼
이즈러진 잔해(殘骸)가 눈물처럼 고여 있다
이 초록의 바람으로
타락한 영혼을
태초의 순수로 세례(洗禮) 받을 수 있을까
원시의 지느러미 달린, 생명의 꿈틀거림
헤엄치던 그 뜨거운 바다
결코 부끄러움 모르는
햇빛 쏟아지는 강물
그 천만 개의 촛불로 밝힌 후광 아래
아이들은 고기를 잡고 있다 맨몸으로 지구 저쪽까지라도
갈 수 없는 곳
흙담 아래 여읜 웃음을 피우는
노오란 민들레
죽순이 돋아나는 미나리깡 옆에는
파릇한 생명이 샘물처럼 솟아나오는데
아, 결코 갈 수 없는 곳
이렇게 서 있으면 하냥 서 있으면
바람은 나를 어디로든지
데려다 줄 수 있을까
햇볕의 뜨거운 세례는
나를 속죄할 수 있을까
맨몸의 아이처럼
그것으로
[위 시는 1980년 봄에 지은 것임]
2020.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