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면 떠오르는 ‘나의 분신(分身)’을 위한 두 번 째 노래입니다.
다시 옛 편지함을 뒤적이며 그 시절 주고받은 사연을 들춰보았습니다.
한 글자, 한 글귀마다 이 ‘목마른 그리움으로 부르튼 무거운 입술’의 ‘짙은 외로움’에게 가없는 위로, ‘안식’을 느끼게 해 주었던 그 빛바랜 사연들이 차곡차곡 세월에 묻혀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 시절, 이 ‘짙은 외로움’에게는 그 ‘그리움’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시절, 나는 여리디 여린 ‘그리움’에게 손잡아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면서 ‘괜찮아, 괜찮아’하고 마음을 달래주고 감정을 추슬러 다독여 줄 줄을 몰랐습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위로 받기와 외로움 호소에 너무나도 불안해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는 나만의 불안한 청춘시절이어서 그렇다고요?
지금, 그 때 한 ‘그리움’이 나에게 보낸 사연 하나하나 구절구절마다에서 그때는 깨닫지 못했던 세찬 설렘과 떨림에서 이어지는 깊은 한숨, 짙은 회한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 들고 먼 산울림으로 나를 울립니다.
사모(思慕)
청솔고개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별이 빛날 때까지
먼지 나는 들녘에서 혹은 바람 부는 고지에서
끝없이 떠돌다가 온몸이 젖은 흙덩이로 헤뭉개져도
일몰의 한 순간 돌아와 앉아서
너의 모습을 생각하면
나의 약한 가슴은 새처럼 떤다
열일곱 맑은 눈길이 어느 하늘 아래에서라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 나는
온몸이 눈이 되고 귀가 되어
목마른 그리움으로
부르튼 무거운 입술에는
이슬처럼 촉촉이 적시는 너에의 욕념(欲念)이 머물러
또 한 번 오월의 깊은 하늘을 쳐다본다
어디 들리랴 그 짤랑이는 목소리
어디 보이랴 그 하얀 너의 얼굴
다만 자취도 없이 휙 불어드는
오월 아카시아 향훈(香薰)
나의 깊은 영혼에까지 불어닥치는
먼 하늘 끝에서 안식할 수 있는 짙은 그리움인가
[1978년 5월 어느 날, 진중(陣中) 꽃그늘 아래에서]
2020.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