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아버지 가시는 길 9

청솔고개 2022. 12. 16. 00:24

                                                                                                                   청솔고개

   2022.8.25.목. 갬, 2

   방호복 같은 걸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종중회장님이 능숙하게 돌 덮개를 열고 어머니 모신 옆에 아버지 유골함을 안장한다. 이 개토(開土)제 엄수 후 하관(下棺)이 되는 셈이다. 이전에 내가 아버지 유골을 한 번이라도 뵙고 싶었는데 그만 기회를 놓쳐버렸다. 유골함 위에다가 내가 맨 먼저 황토 흙을 채워 넣었다. 맏상주 예우다. 이어서 동생들 순으로 엄수했다.

   가시는 마지막 노잣돈은 큰매제가 대표로 쾌척한다. 그 노잣돈을 지니고 드디어 아버지는 묻히셨다. 검은 넓적한 돌로 된 덮개도 덮이고 테이프로 가리었던 아버지 음각 기록도 벗겨서 드러났다. 이 과정은 고유제, 평토제, 삼우제 모두를 축약한다고 호상(護喪)격인 장의차 운전사가 몇 차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 묻힌 지 사흘째의 삼우(三虞)제는 안 지내도 된다고 한다.

   나는 땀이 범벅되고 몸도 가눌 수 없이 뒤뚱거렸다. 몸과 마음이 허물어져가는 것 같다. 보는 이는 모두 나를 아주 불안하고 안쓰러워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계속 나를 잘 부축해 주라고 성화다. 아내, 첫째, 큰누이 등이 차례로 나를 붙잡았다. 많이 지친 나를 잡아준다. 모두들 고맙다.

   산에는 조항 뻘 되는 일가친척 두 분이 문상 왔다. 산까지 오시니 고맙기 짝이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가실 때만해도 하관하는 당일 여막(廬幕)을 치고 산에 따로 오는 문상객을 맞이하였었는데 이제는 다 없어지게 되었다.

   드디어 모든 의식과 절차는 끝났다. 모두들 각자 일상으로 회귀한다. 첫째도 제 고모부 차로 서울로 떠났다. 동생, 우리 내외는 큰종숙모 댁에 들려서 남은 제물과 용품을 전해드렸다.

   우리도 집에 왔다. 아버지 보내 드리는 이 길이 슬프다기보다는 이제는 뭔가 나의 인생과제를 마감했다는 생각이 더 든다. 그래도 많이 피곤하다. 내가 이렇게 무거운 짐을 벗듯이 의식을 치르는 기분에 안도하는 마음마저 생긴다. 그래도 순간 내 마음이 많이 울적해진다.    2022.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