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旅情)

길 위의 시간들, 별빛처럼 빛나다 3, 미서부 여행길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은 사막 길 따라 존재한다

청솔고개 2023. 2. 22. 01:39

  청솔고개

   우리는 여기 샌프란시스코의 명소인 골든게이트 파크를 이른 아침에 버스로 올라가 보았다. 1월의 샌프란시스코는 안개가 무척 심했다. 전망대에 올라보았지만 온통 안개의 운해로 인해서 꽃의 도시라고 별명이 붙은 화려한 시가를 조망할 수 없었다. 겨울에 웬 안개가 이렇게 심하냐고 물었더니 이곳은 태평양의 영향을 받은 해양성기후라서 겨울철이 우기라서 그렇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여기 조깅코스를 반바지 반팔 차림으로 달리는 시민들을 여럿이 보았다. 너무나 낯설고 신기했었다. 이곳의 위도가 상당히 높은데 1월에 이런 차림을 하고 있으니 여행을 통하여 현지의 기후와 풍토의 다름이 여행 요소의 기본이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서부 여행길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들은 사막 길 따라 존재한다. 사막하면 중동이나 아프리카, 아니면 남미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 북미 대륙에서 하루 종일 가도 끝이 없는 사막 길을 가다니 너무나 충격이었다. 동승한 여행객 한 사람이 고도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곳이 해발 2천 미터를 오르내린다고 말해 준다. 바로 모하비와 애리조나 양대 사막이다. 나는 평생 처음 겪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겨드는 눈꺼풀을 치뜨면서 황량하기 짝이 없는 끝없는 모래벌이 주는 강렬한 인상을 포착하려 애썼다. 거의 대부분의 동승 여행객들은 연일 이어지는 객고(客苦)에 항복한 듯 입을 벌리고 코까지 골면서 졸고 있었다. 나도 피로에 찌는 터라 그런 안락함과 달콤함에 빠져들고 싶었지만 일망무제(一望無際)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풍광을 여기서 목도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에 교실에서 교과서에만 들었던 신기루(蜃氣樓)현상도 자주 볼 수 있었다. 근처에는 분명 바다나 호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퍼런 물 위에 산 그림자까지 비추지 않는가. 가까이 가면 그냥 연기처럼 그 그림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이것은 반전 중에 반전이다. 나의 여행법은 이 순간을 통하여 1차적으로 형성된 듯 하다.

   여행이나 인생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는 반전 때문에 그것이 주는 묘미에 더욱 강렬하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 캘리포니아의 과수원이나 목장은 대체로 차로 10킬로미터를 10분 정도 달려야 한 구획이 끝이 난다. 며칠 전 거쳐 왔던 그 농장의 규모에 1차 압도당하긴 했지만 여기 사막과 사막이 주는 그 황량함과 이질적인 분위기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2023.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