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이 나이 돼서 돌이켜 보니, 지난 날 나의 여정에서 느꼈던 감동과 설렘의 한 순간 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실감한다. 나는 여행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가치와 기대는 나만의 것으로 아주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여행의 경로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영접하는 순간 떠오르는 느낌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그냥 휙 지나가서 놓쳐버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길 위에서의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매 순간 내 모든 감각기관을 최대한 집중시킨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에게는 나의 별이 반짝 빛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영감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그걸 놓쳐버리면 한없이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들어 헤어나기 어렵다. 나의 반짝이는 별의 순간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에 몰입하기 위해 별빛처럼 빛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를 내 여행에서의 최고 수준과 경지로 삼는다. 기억, 메모, 상상 등의 방식을 통해서 영속화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의 인식의 테두리 안에 담아 둔다. 그 감동과 감성을 내 안에 가둬두는 것이다.
여행에 대한 나의 이런 태도는 처음부터 형성된 것은 아니다. 여행의 체험이 쌓이다 보니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여행과 관련된 상념과 영감, 감성과 감동이 활활 불꽃처럼 타오르기도 하고, 모락모락 안개처럼 피어오르기도 한다. 찌들고 지친 나의 일상에서 그 불꽃과 안개는 나를 존재하게 하는 묘약이었다. 처음에는 나의 치유를 위해 이 묘약을 썼었다. 이제는 이를 혼자 끌어안고 있거나 복용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하고 소중해서 남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공감 받고도 싶었다.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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