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24. 3. 4.
오후 3시 30분에 용궁에 도착했다. 여기서 아이가 잘 어울린다고 모처럼 치켜세워준 나의 베레모형 모자, 아내와 내가 갖춰 입은 커플 티와 점퍼로 주목을 받는다. 기분 나쁘지는 않다. 내가 허리 수술로 남과 더불어 걷는 게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아직 별로 뒤처지지 않아서도 정말 다행이다.
이곳 주변에도 맑은 물, 봄꽃, 샛노란 유채밭이 봄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법 올라가니 동굴이 나온다. 동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세찬 폭포에 넋이 나간다. 동굴 폭포의 포효는 그 굴의 깊이만큼 울림이 크다.
더 걸어 오른다. 아주 널따란 호수가 펼쳐진다. 산속 계곡의 호수라니 상상을 불허한다. 호수 선착장에서 보트에 올랐다. 구명조끼를 입었다. 짙푸른 호숫물이 손에 닿는다. 동굴 안으로 배가 들어간다. 입구부터 현란한 조명으로 어지럽다. 장식이 중국인답다. 안은 시원했다. 비단결을 타고 들어가듯 안으로 미끄러진다. 아내는 뱃놀이 호사에다 서늘하기까지 해서 좋다고 한다. 바로 신선놀음이라고 했다. 배 위에서 시간이 짧아서 좀 아쉬웠다. 우리 내외는 뱃전에서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면서 황홀하고 짜릿한 기분을 더불어 즐겼다. 뒤에 어쩌다 부인과 동석하지 않고 혼자 앉게 된 친구한테는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좁은 통로를 빠져나갈 때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머리 조심, 손 조심하라고 일러둔다.
다음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안내한 관련 사항 중 필요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룽궁[ 龙宫 (용궁) ]
중국 구이저우성[贵州省] 안순[安顺]에 위치한 동굴 풍경구. 5곳의 종유동굴로 조성된 풍경구로 속칭 '우진룽궁[五进龙宫]'이라고도 한다.
지하수맥의 최고 수심은 28m이며, 최대 폭은 약 30m이다. 모든 룽궁[龙宫]은 물에 잠겨 있어 배를 타고 관람해야 한다. 그 중 이진룽궁[一进龙宫]에는 크고 작은 6개의 종유동굴이 있다. 각각의 동굴마다 물이 고여 생긴 호수가 있으며, 지하수로를 통해 서로 이어진다. 룽먼[龙门]에서 6번째 동굴까지의 길이는 약 800m이다.
풍경구 앞에는 '룽탄[龙潭]'이라는 고산 호수가 있는데, 면적은 약 10,000㎡, 수심은 43m이다. 호수 인근에는 절벽이 있고 표면은 삼림으로 뒤덮여 있다. 룽먼폭포[龙门瀑布]는 천지(天池)의 물이 동굴을 지나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며 형성된 것으로 룽궁궁먼[龙宫宫门] 옆에 위치한다. 폭포의 폭은 약 25m, 높이는 34m이다.>
숙소가 있는 흥의(興義)로 향한다. 봄이 돌아오면 꿈꾸었던 봄날 오후의 온유하고 나른함을 여기에서 만끽한다. 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다. 한순간 스치는 이 꿈결 같은 풍광을 눈에 담을까, 폰에 담을까, 아니면 마음에 담을까, 행복한 고민이다. 아내가 어느새 곱게 단장해 있다. 차창 밖으로 스치며 휙휙 달라지는 귀양의 풍광을 보고 있는 사이에 아내는 포근히 졸고 있다. 모습이 천진하고 사랑스럽다.
끝없이 이어지는 유채꽃밭, 초봄의 샛노랑이 천상(天上)의 역광으로 빛나고 있다. 천만 광휘로 부서지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노랑이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이번엔 파랑이다. 어느새 녹차밭이다.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그 앞에는 여러 종류의 열대 수종이 원시적 생명력, 그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뒤로는 풀이 너무 말라 있다. 늦가을 들녘 같아 보인다. 샛노랑 뒤 먼 대지와 산하에는 아직도 겨울의 스산함을 풍기고 있다. 공동 묘원이다. 묘원 사이마다 큼직하게 세워진 묘비석이 혼백을 지키고 있다. 적막강산(寂寞江山).
점점 높이 올라간다. 멀리 고깔 모양의 연봉에 햇살이 부드럽게 적셔지고 있다. 큰 봉우리 사이에는 거대한 협곡이 있다. 더 웅대한 다리가 그 협곡을 잇는다. 윈난성 동티베트 황원(荒原)이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케 한다. 가까이에는 원시림이, 좀 떨어진 계곡에는 맑은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멀리 만(萬) 봉(峯) 연봉(連峯)에는 저녁 햇살이 비껴 있다. 절경보다 가슴을 파고드는 비경(秘景)이다.
목적지 싱이[Xingyi, 興义(흥의)]는 지도상 일명 ‘첸시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黔西南布依族苗族自治州]’라고도 표기돼 있다. 가까이 도착하니 해가 서산에 걸려있다.
대협곡 건너편에는 벌써 부드러운 어둠이 내리고 있다. 곳곳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몇 군데는 확확 피어오른다. 바로 어둑어둑해진다. 곳곳에 등불이 켜진다. 아직도 불이 안 켜진 깜깜한 집은 사람이 살기나 하는지. 오다가 어딘가에서 보았던 ‘쿤밍[昆明] 306km ’이정표를 본다. 춘성(春城)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 도시를 여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청두[成都], 쓰촨[四川]성의 추억도 떠오른다. 싱이[興义(흥의)] 시는 지도상 그 쿤밍하고 그 위도가 같아 보인다.
중국 전통 식당에서 아주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가이드가 중국 술 한 병을 서비스해 줘서 우리 테이블 3, 4조 11명이 더불어 건배했다. 취흥이 도도(滔滔)해지자, 각 테이블에서 즐거움의 함성이 커진다.
9시가 지나 숙소에 들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이 밤의 휴식과 내일 여정에 대한 기대로 마음은 부푼다. 달콤한 밤의 휴식을 꿈꾼다. 2025.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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