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고개
2024.3.4.
드디어 황과수 폭포 여행 떠나는 날이다. 아침부터 마음이 설렌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머리부터 컷 했다. 어제, 오늘 서성이면서도 그런대로 짐을 꾸렸다고 생각된다. 이번 여행지 관련 자료도 정리해 두었다. 어제는 아내와 같이 커플 트레킹화를 샀었다. 아내가 사준다. 고맙다. 바로 신어보았다. 천변 화장실까지 갔다 왔는데 신발이 잘 맞는 것 같다. 괜찮다. 여행 준비는 늘 마음이 울렁거린다.
김해공항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출발은 오랜만이다. 지금부터 기다림이다. 여행은 지난(至難)한 기다림, 그 자체다. 인생과 닮았다.
김해공항에서 항공편은 정시 출발이다. 18:34 이륙. 귀주성 귀양 시 가는 길은 직항이 없어서 베이징 공항을 거쳐서 간다. 저녁 9시쯤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베이징은 우리나라와는 1시간 차. 이번 여행단의 인원수가 과다해서 입국 절차 등 앞으로 이어질 모든 절차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베이징 공항을 들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1999년도 여름, 자금성, 만리장성 등 베이징 및 주변 관광을 위해서 중국에 입국할 때였었고, 두 번째는 2016년도 가을, 호주·뉴질랜드 여행길에 환승을 위해 들렀다. 그때는 공항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다음 날 아침에 시드니를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공항 내의 벤치나 소파 같은 데서 잠을 청했다. 마치 노숙자 신세가 된 기분이었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네 친구 내외가 동행했는데 모두 당시 여행을 주선한 친구한테 고행길이라면서 원망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었다. 원성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뻔했었지만, 주선한 친구가 이렇게 돌아가면 1인당 거의 1백만 원씩 여행비가 저렴하게 친다는 말에 입이 쑥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호텔로 이동했다. 밤이지만 베이징 시내를 나와본 것은 99년도 여행 이후니까 25년 만이다. 시가지 정비나 도시 인프라가 많이 개선됐다.
내일 새벽 4시에 다시 귀주 귀양으로 출발한다고 안내한다.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할 것 같다. 마라톤처럼 달리는 이런 여행은 오랜만이다.
2024.3.5.
새벽 6시 귀양 가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다. 새벽부터 마음이 바쁘다. 새벽 2시에 일어났다. 아내는 아직 잠에 빠져 있다. 2시 40분에 알람 설정해 놓았었다. 내가 아내를 깨웠다. 준비로 부산하다. 3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이런 상황은 마치 베이징에서 구이양으로 향하는 새벽의 대공습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여행은 내 마음을 늘 설레게 한다. 새벽 5시까지 베이징 공항 도착해서 06:55 발 구이양행 비행기 탑승 예정이다.
중국의 국내 항공은 검색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내가 보조배터리를 분리한다는 게 깜빡하고 그냥 백팩에 넣어서 검색대를 통과시켜 버렸다. 바로 걸린다. 검색대를 다시 통과하도록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한 일행은 배터리를 분리해서 검색대 통과됐는데도 뭐가 미심쩍었는지 백팩을 네 번이나 검색대 통과하도록 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따라서 시간이 많이 지체돼 버렸다. 멀리 있는 게이트까지 걸어서 도착하는데 너무 촉박하게 됐다. 우리도 급히 달려가다시피 하는데 덩달아 항공사 관계자까지 마중 나와서 탑승을 재촉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어쨌든 C23 AIR CHINA 국내선 비행기 타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11:20 지나니 귀양 공항이 가까워져 온다. 난생처음 와보는 곳이다. 아직 나는 호기심 천국이다.
다음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안내된 것 중 흥미가 가는 것을 추린 것이다.
<구이양 [ Guiyang , 貴陽(귀양), 贵阳 ]
요약 중국 구이저우성[貴州省]의 행정·경제·교통·문화중심지.
위치-중국 구이저우성 먀오링산 동쪽과 윈구이 고원 동쪽
경위도-동경 106°43′, 북위 26°35′, 면적(㎢)-8,034,
인구(명)-4,324,561(2010년)
윈난고원[雲南高原]지역에서는 쿤밍[昆明] 다음 가는 도시로 구이저우성의 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를 이룬다. 연 강수량은 1,163mm, 연평균 기온 약 15.3℃, 1월 평균기온 4.9℃, 7월 평균기온 24℃이다.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은 적당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
시가지는 6km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내에 관청·사찰이 많고 서안 사건을 일으킨 장쉐량[張學良]과 양호성이 장제스[蔣介石]를 피해 숨어 지냈던 동굴인 치린동[麒麟洞], 난쟈오[南郊]공원, 황구어수[黃果樹] 폭포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이양 [Guiyang, 貴陽(귀양), 贵阳]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도착하자마자 중국 전통식 식당에서 가서 점심 먹었다. 25년 전이나 그 후 몇 차례 왔을 때 먹었던 그 진한 향내로 거부감을 주었던 것보다는 훨씬 순화된 맛이라 먹을 만했다. 다만 양이 너무 많고 상차림이 복잡해서 부담감이 많이 느껴진다. 처음부터 반주가 오간다. 역시 여행은 이런 맛이다. 취생몽사(醉生夢死)라도 좋다.
점심 식사 후 용궁을 향했다. 전용 버스로 2시간 30분 걸린다고 했다. 가이드는 귀양에 대해 안내한다. 이 도시 면적은 서울의 여덟 배, 귀주성 전체는 남한보다 더 크다고 했다. 가이드는 ‘귀양(貴陽)’은 한자 뜻대로 ‘볕이 귀하다’에서 보듯이 이곳에서는 맑은 날을 보기 어려운데 오늘은 정말 운 좋게 맑은 날이라 우리가 귀빈(貴賓) 대접을 받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차창을 통해서 보이는 풍광은 바로 봄이었다. 휙휙 스치는 가로수 중 매화꽃은 알아볼 수 있었다. 나머지는 벚꽃인지 살구꽃인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곳만의 다른 봄꽃인지 잘 모르겠다. 모두가 활짝 피어 있다. 나를 어서 오라고 반기어 맞는다. 가로의 자목련, 백목련은 일찍 핀 듯, 벌써 지려고 한다. 가까이 가면 얼마나 그 강한 향이 나를 유혹할 것인가.
한참 더 달린다. 이번엔 유채꽃이 온 들판에 만발해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유채꽃밭이다. 한 고개를 넘으면 또다시 펼쳐지는 노랑의 축제, 한 모퉁이를 돌면 또다시 덮치듯이 나타나는 유채의 샛노란 양탄자가 광대하게 펼쳐진다. 이 풍정(風情)을 끝 간데없이 즐긴다. 이맘때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나 느낄 법한 춘정(春情)을 여기서 만끽하게 된다.
따스한 봄볕에 모두 피곤이 몰려와 꼬박꼬박 존다. 봄날 오후 차 안에서 모두 찬연한 봄 꿈이라도 즐기고 있으려나! 아무튼 여흥(旅興)은 도도해진다. 그 유채꽃밭 너머에는 마치 지난날 구이린에서 보았던 고깔 같은 봉(峰)이 즐비하게 이어진다. 내일 보기로 한 만봉림이 벌써 그 모습을 선보이는 것 같다. 가까이서 보니 우리나라의 고분군 같은 형상이다. 궂은 날씨 예보로 우려했었는데 웬걸 반짝반짝 봄 햇살이 탐스럽기조차 하다. 가는 데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골조만 올려져 있다. 공동주택이다. 사람이 사는지 안 사는지 모르겠다. 밤이 돼서 등불이 켜지는지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윽고 도로가 좁아지고 산골길로 접어든다. 더욱 뾰족해 보이는 봉우리들이 잡힐 듯 가까이서 휙휙 스쳐 지나간다. 다만 매 순간이 내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강이 돼 휙휙 스쳐 감을 안타까이 여기고 장탄식을 늘어놓을 뿐이다. 소중한 이 순간을 잡지도 못하고 어찌할 수 없이 휙휙 날려 보낸다.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모든 꽃구경에는 공을 들여야 한다. 운도 따라야 한다. 여기 유채꽃 구경은 바로 이맘때다. 이번 여행 코스마다 유채 향에 파묻히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운 좋게 꽃이 가장 좋을 때 왔다. 구이린[桂林]의 계화(桂花) 향에 취해보려면 10월 15일부터 2,3주 동안이 적기인 것처럼. 그 향에 제대로 취해보려면 그 새 비가 와야 한다. 그러면 시내 7백만 그루의 계수나무가 하루 만에 꽃을 피워 온 도시가 계향(桂香)으로 넘쳐난다.”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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