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n Here

치앙마이를 떠나 귀국하다

청솔고개 2025. 1. 25. 22:10

   청솔고개

 

   2024. 2. 6.

   연일 쾌청한 날씨가 이어진다. 여기서는 이런 날씨가 보석이다. 오늘은 드디어 귀국 비행기를 타는 날. 더러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탈 없이 그런대로 지내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새벽 시간에 알람을 설정해 놓았다. 듣고 깨서 골목길이라도 마지막 한 번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 혼자의 몸이 아니라는 생각에 막바지 몸조심한다고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이 역시 자기합리화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어느 학교 화장실에 이렇게 써서 붙여져 있는 것을 보고 인간의 자기합리화 성향에 대한 적절한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 100가지의 이유를 찾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데에도 100가지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내도 9시에 일어났다. 11시까지 체크아웃해야 하니 마음이 벌써 바빠져 온다. 캐리어 무게 조정이 손으로 들어봐서는 가늠이 안 된다.

   9시 30분 좀 지나 아이가 왔다. 더불어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여기서 마지막 아침 식사다. 11시 좀 지나 나왔다. 캐리어는 보관증을 받고 호텔 측에 맡겼다. 이런 호텔 캐리어 보관 서비스가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 좌충우돌 겪어보니 더 많은 걸 알게 된다. 여행 중 불편 사항은 반드시 해결 방안이 있게 마련이라는 걸 알았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 사항에도 반드시 해결 방안이 어딘가에 제시돼 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 가지고 찾아보면 되는 것이다.

   출국 비행기는 오늘 저녁 11시 30분에 이륙이다. 줄잡아 12시간을 보내야 한다. 효능감 있는 시간 처리도 중요하다. 단골 마사지샵 ‘나나’에 가서 가장 긴 2시간 마사지 받았다.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시사 평론 유튜브에 이어폰을 꽂아 들어본다. 마음이 더욱 심란해진다. 이번 여정에서 드러난 우리 가족 3인의 심리적 역동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한달살이 여행의 성과에 포함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미해결 과제로 남겨 놓아야 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새로움, 아쉬움, 후회감 등이 복합된 양가감정이다.

   연이어 네 번이나 아주 꼼꼼하게 마사지해 준 마사지사에게 40밧 팁을 건넸다. 그간 잘해 준 고마움과 수고에 대한 뜻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전했다. 그들은 늘 그러했었지만, 오늘은 더 환한 미소와 대화로 화답해 준다. 라오스든 태국이든 이들 나라에 이런 착한 심성의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돼 좋다. 아내와 아이는 50밧을 주었다고 한다. 아내가 10밧을 더 건넨다. 마사지샵을 나와서 첫날 점심때 반미 먹었던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는 반미, 나는 샐러드, 아내는 또 다른 걸 시켰다.

   여기서 아이는 자기 심정을 털어놓는다. 아이는 이전에는 이번의 이런 경우까지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미리 사전에 그 현장을 회피해서 동굴로 숨어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내가 생각해도 상투적인 언사인 긍정마인드를 가지도록 더욱 애써보라고 했다. 아이는 심신의 어려움을 겪는 대상에게 “힘내라.”하는 말이 가장 더 힘이 드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서로 간의 솔직해진 자기 감정 표출을 통해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것을 이번 여정의 의미로 삼으면 될 것이라고 했더니 아이는 예의 그 쓸쓸한 웃음을 띠기만 한다.

   이 저녁 식사가 이 여행에서 마지막 식사다. 우리는 이미 호텔의 서비스로 짐을 맡겨 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호텔 앞 작은 식당에 들러서 저녁을 먹었다. 셋이 이렇게 식사하는 게 참 오랜만이다. 나는 망고 밥으로 가벼운 식사를 했다.

   러시아워라 생각하고 그랩 앱으로 콜해보니 300밧이 훨씬 넘게 부른다. 호텔 로비에 돌아와서 야간 당직에게 맡긴 캐리어 돌려줄 것과 택시 콜을 부탁했다. 이 경우 호텔 당직에게 부탁하는 서비스가 있다는 걸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아이가 말해서였다. 로비 당직에게 부탁하는 콜 서비스를 이용하니 택시비가 170밧이면 된다고 한다. 이로써 이 시간대 택시 잡지 못하는 위험성 배제와 택시 비용 절약이라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조금 있으니, 콜택시가 도착했다.

   이 저녁에 14일 동안 제법 익숙해졌던 이곳을 떠난다. 내 생애 언제 다시 와 볼 것인가 싶다. 지난 것들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자꾸 뒤돌아 보인다. 아내도 막당 떠나려니 많이 아쉬워진다고 몇 번이나 호소한다. 잠시 달려가니 주변에 비해 유독 훤히 불 밝혀진 치앙마이국제공항이다. 출발 안내표지판 건물 앞에 내렸다. 큰 짐을 친절하게 실어주고 내려준 기사한테 200밧을 지불하면서 30밧은 팁이라고 했다. 기사가 활짝 웃어 보인다. 마지막까지 좋은 인상을 남겨준다.

   비좁은 공항 안이라 더욱 복잡해 보였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다. 들고 있는 짐으로 보아 골프 투어 목적의 여행객 같다. 먼저 짐 검사를 했다. 세 사람 짐 합이 3킬로그램 정도 초과했는데 그냥 통과시켜 준다. 그 옆에 있는 짐 부치는 데에 올려서 처리했다. 꼬리표 붙이고 캐리어 3개 수화물 확인증을 받았다.

   밤 9시에 출국 절차가 시작한다고 했는데 연착 20분이라는 자막이 뜨고 안내 방송한다. 11시 30분에서 더 20분 늦어지게 된다. 커피 한 잔 더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탑승했다. 제주항공이 저가이지만 비행기 내부는 쾌적한 편이었다. 내 다리가 매우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일어나 스트레칭이 해진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30분쯤 남겨 놓고 화장실에 가 있는데 기체가 미친 듯이 흔들린다. 승무원이 나를 보더니 그냥 변기에 앉아서 안정을 취하라는 신호인 듯 전한다. 기내 방송으로 기체 불안정이라고 계속 알린다. 좀 위급한 듯하다. 다행히 5분쯤 지나니 안정이 된다.      2025.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