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82

그날의 산행일기, 삼척 청옥산 2

청솔고개 2012. 5. 20. 일. 맑음. 지금 무릉도원 청옥산 두타산 입구 엊저녁에 묵은 숙소다. 새벽 3시 좀 지났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 달려왔다. 초저녁에 식사하면서 마신 동동주에 취해 서너 시간 자고 나니 깨니 기분이 찌뿌둥한 게 영 좋지 않다. 화장실에 들어가 신문을 뒤적이기 30분 이상하다가 샤워를 하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샤워 후에는 ‘기분 다스리기’ 불안 편을 펼쳐 보았다. 강박 장애인가. 내 마음이 불편한 게, 잘 알아보아야 하겠다. 무릉도원에 왔으니 이제 밤새도록 잠자지 않고 신선놀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새벽 4시 반으로 알람을 맞추어 놓았지만 아내는 며칠째 잠을 설쳐서 일어나는 게 힘 드는 모양이다. 나도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청옥(靑玉), 두타(頭陀)’라는 ..

마음의 밭 2022.04.12

그날의 산행일기, 삼척 청옥산 1

청솔고개2012. 5. 19. 토. 맑음.   오전에 어디론가 갑자기 떠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아내더러 출발 준비하자고 하니 아내도 흔쾌히 응했다. ㅇㄱㅈ 후배로부터 전화 오는 건 받지 않았다. 아무리 소중한 추억이 잠긴 지난 일이지만 나는 선약이 있으면 선약을 지키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나의 원칙대로 처신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 집착에서 좀 자유로워져서 잊을 건 더러 잊자. 너무 지난날에 매달리지 말자.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도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법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모든 걸 다 가져 갈 수는 없다. 버리는 것도 있어야 한다. 아니 더 많아야 한다. 움켜쥐고 부여잡고 가 봐야 부질없는 것 아닌가. 과욕이다. 이건. 그래서 훌훌 떨치고 가야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마음의 밭 2022.04.11

그해의 농막일기 26 최종회(올해 농막의 종막, 내년 영농 계획, 전체 평가, 2012. 11. 9.~2012. 11. 11.)

청솔고개 2012. 11. 9. 금. 맑음. 12시 40분에 동생이 병원 로비에 들어섰다. 병원진료를 마치고 김밥 2인분, 잔치국수 1인분 시켜서 먹고 같이 농막으로 나갔다. 가을이 정말 짙어 간다. 가을 들녘을 바라보니 고향 산천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정답게 다가온다. 농막에 도착해서 동생하고 이것저것 얘기 나누었다. 2012. 11. 11. 일. 흐림. 엊저녁 날씨가 흐리고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하더니 아침에 깨 보니 역시 흐린 가을 날씨다. 12시 지나서 큰집에 갔다. 오리 고기 한 마리 반으로 부모님 점심을 차려 드리고 이어서 농막에 나갔다. 부모님께 우리가 내년에는 올해 같은 본격적인 농사일은 같이 못하고 작은 데 채전 밭처럼 가꾸면 가끔 나가서 거들어 줄 수 있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다. 우리..

마음의 밭 2022.04.10

그해의 농막일기 25(고춧대 뽑아서 옮기기, 단호박 찾아내기, 농막의 메뚜기, 깊어가는 농막의 가을, 2012. 11. 1.~2012. 11. 6.)

청솔고개 2012. 11. 1. 목. 맑음 벌써 11월에 접어들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다. 비가 와서 더한 것 같다. 바람도 많이 분다. 낙목한천(落木寒天)이란 말이 실감된다.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고춧대를 뽑아도 되는지 물었다. 수고한다며 뽑으라고 했다. 2012. 11. 4. 일. 흐린 후 비. 아내가 준비해 준 호박죽과 고동시 감 상자를 들고 큰집에 들러서 동생 이야기를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나누었다. 암만 이야기해 봐도 별다른 수는 없지 않는가. 그냥 동생더러 자유롭게 하라고 할 밖에. 아주 추우면 들어오고, 컨테이너 집 설치도 아직 유보 상태로 할 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안타까움은 이해되지만 동생생각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수밖에 없다. 나 혼자 가는 길은 어제보다 더..

마음의 밭 2022.04.09

그해의 농막일기 24(동생 농막생활의 어려움, 고구마 수확, 2012. 10. 6.~2012. 10. 26.)

청솔고개 2012. 10. 6. 토. 맑음 아침에 동생을 농막에 데려다 주었다. 동생이 이제 농막생활에 한계를 느끼는 듯 무척 힘들어한다. 남은 것 다 거둘 때까지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단호박 등을 따고 고구마도 한 두 뿌리 캐서 왔다. 2012. 10. 14. 일. 맑음 아침 일찍 농막에 가서 고구마를 수확했다. 틈틈이 메뚜기도 많이 잡았다. 얼마 만에 누려보는 이 호사인가. 아내는 정말 뭐 잡는 데 열성이다. 사고디 잡기도 그렇다. 이쪽 채전 밭은 별로 소득이 없었는데 고추밭 고랑은 굵은 고구마가 탐스럽게 달려 있어서 신이 났다. 모두들 이걸 위해서 작물을 재배하는 모양이다. 자루로 10자루가 넘는다. 20박스가 넘는다는 말이 헛말이 아닐 듯하다. 1박스 10킬로그..

마음의 밭 2022.04.08

그해의 농막일기 23/ 홍고추 6차 수확 및 말리기, 참깨 타작 마무리, 말린 고추와 참깨 판매, 호박 찾아내기, 가을 무와 상추 씨 파종(2012. 9. 17.~2012. 9. 27.)

청솔고개 2012. 9. 17. 월. 심한 바람과 비 태풍 '산바' 때문에 세상이 몽땅 우왕좌왕한다. 농막 사정이 걱정이 되어 동생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원이 꺼졌다고만 한다. 내심 큰 걱정이 되어서 ㅈㅂ아재에게 연락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오후에 겨우 연락이 되어서 확인해 보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저녁에 아내가 동생 줄 반찬을 준비해서 농막에 가보자고 한다. 이럴 땐 아내가 정말 고맙다. 동생이 반가운 표정으로 우릴 맞는다. 비가 농막 안으로 넘쳐 들어와서 많이 걱정했다고 내게 보고한다. 동생에게 고구마 줄기 무친 것 등을 전해 주고 고추를 좀 다시 널어놓고 왔다. 2012. 9. 20. 목. 맑음 학교 개교기념일로 휴일이다. 점심 먹고 늦게 아내와 같이 농막에 갔다. 이제 고추도 끝물이다..

마음의 밭 2022.04.07

그해의 농막일기 22/ 5차 홍고추 수확 및 경매장에 납품, 참깨 타작 마무리, 홍고추 건조(2012. 9. 2.~2012. 9. 16.)

청솔고개2012. 9. 2. 일. 맑음 새벽 5시까지 농막에 나간다고 해 놓고 내가 일부러 알람을 못들은 체 해버렸다. 아내가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견뎌야 일도 하는 것 아닌가. 아침 7시에 출발해서 큰집에 가서 김치 가지고 가니 7시 30분쯤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 고추 수확량만 해도 청과물경매장까지 가야 할 것 같다. 햇볕은 쨍쨍하지만 역시 그 맛이 가을 맛이다. 선들선들한 기운이 섞여 있다. 암만해도 53상자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납품하고 오후에 다시 작업했다. 납품하러 가는데 농협의 경제부 직원이 우리를 보더니 연신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후 6시 좀 지나서 경매장으로 출발했다. 동생한테도 수고 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니, 밝고 진지한 표정으로 “..

마음의 밭 2022.04.06

그해의 농막일기 21/ 참깨 수확, 보관, 타작 등, 새벽까지 이어진 홍고추 선별과 포장 작업(2012. 8. 27.~2012. 9. 1.)

청솔고개 2012. 8. 27. 월. 흐림. ㅎㅅ친구한테서 전화 왔는데 바로 못 받아서 다시 했더니 참깨 밭 일 놉 때문이라고 한다. 친구가 고맙다. ㅈㅂ아재와 조율해서 깻단을 하우스에 넣는 일을 좀 부탁했다. 잘 된 것 같았다. 아내도 참깨 때문에 걱정을 하였는데 결국 잘 된 셈이다. 동생한테 참과 점심 준비 이야기를 했더니 좀 힘들어 한다. 일단 던져 본 것이다. 그런 상황도 동생한테는 필요한 거다. 점심때쯤 ㅈㅂ아재로부터 깻단을 다 들여놓았다고 하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도 일가, 이웃친구가 좋다. 이제야 태풍 때문에 깨 농사를 망치나 했는데 마음이 놓이고 개운하다. 품값 각 2만원도 대신 지불했다고 했다. 저녁에 아내가 ㅈㅂ아재에게 그간의 도움과 수고에 어떤 보답을 우선해야 하지 않겠나하면서 고마워..

마음의 밭 2022.04.05

그해의 농막일기 20/ 고구마 잎줄기 따기, 홍고추 선별 포장 작업 및 청과물시장 출하 계속, 참깨 수확(2012. 8. 20.~2012. 8. 26.)

청솔고개 2012. 8. 21. 화. 흐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엊저녁 아내의 부탁대로 농막 밭에 고구마 잎줄기 따러 갔다. 아내의 이런 ‘앙굼스러움’은 대단하다. 이런 표현은 고향 토박이말로 이렇게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옆 동산의 풍광이 운해처럼 멋있고 곧 동산 북쪽 부분의 일출이 여명처럼 은은하다. 새벽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새삼스럽게 느꼈다. 농막에 도착하니 동생은 아직 자고 있다. 잠을 깨울세라 소리죽여 장화 신고 이슬 털어가면서 아내와 같이 고구마 잎줄기를 따면서 미처 하지 못한 줄기도 걷어 주었다. 모기가 온 얼굴을 찌른다. 따갑고 간지럽다. 그래도 좋다. 장화를 신었지만 아랫도리가 이슬에 푹 젖는다. 2012. 8. 22. 수. 비 오늘 비가 많이 온다. 참깨를 수확해야 하는데 모든 준..

마음의 밭 2022.04.04

그해의 농막일기 19(3차 홍고추 수확 및 그 경비, 판매 내역, 2012. 8. 17.~2012. 8. 19.)

청솔고개 2012. 8. 17. 금. 맑음 아내는 주말 농장의 격무를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힘 든다 하면서도 말이다. 누구 말대로 정말 ‘앙발궂은’ 성격이다. 2012. 8. 18. 토. 맑고 때때로 구름 주말이다. 고추 따는 것만 생각이 난다. 아내도 힘 든다 하면서도 은근히 신나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아내의 투정을 그대로 받아주면 되는 거다. 생색도 귀엽게 낸다. 아침에 큰집에 가서 동생을 태워 데리고 농막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우리가 이런 염천에도 일한다 싶어 걱정이다. 평생 농사일이라고는 모르는 우리가 안쓰러우신 거다. 제발 방낮에는 일 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오늘은 3차 홍고추 따기다. 지난 2차에 워낙 많이 딴지라 얼마 달려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전을 작업해 보니 그 분량으로 보아 내일 ..

마음의 밭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