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밭 82

그해의 농막일기 8/ 고추모종 심기, 고구마 모종 심을 밭 일구기, 채소 수확(2012. 5. 2.~2012. 5. 13.)

청솔고개 2012. 5. 2. 수. 흐림 오후에 아내와 같이 농막을 둘러보았다. 동생은 잘 있었다. 2012. 5. 5. 토. 맑음 아침에 고추모종 준비해서 심는다고 농막에 바로 나갔다. 하루 종일 밭에서 풀매고 고구마 심을 땅을 일구어나갔다. 점심 때 동생과 같이 김치와 참치 캔으로 식사를 했다. 고추모종은 오늘 또 준비 안 되어서 못 심었다. 우리가 그냥 허송한 건 아니지만 좀 마음이 편치 않다. 비닐하우스 속의 고추 모가 괜찮을지 모르겠다. ㅈㅂ아재가 좀 무심해 보인다. 이랑 덮는 비닐은 면 농협과 시내 농약종묘사에서 구입해 놓았다. 각각 4만 2천원, 2만 6천원 들었다. 저녁에는 동생과 같이 달걀과 식빵, 딸기 잼으로 식사를 했다. 형제간에 이런 시간 오붓이 가지는 사람도 흔치 않다고 생각하고 ..

마음의 밭 2022.03.23

그해의 농막일기 7(채전밭에 채소 모종 심기, 자운영 피는 농막, 2012. 4. 24.~2012. 4. 29.)

청솔고개 2012. 4. 24. 화. 맑음 마음이 많이 무겁다. '기분 다스리기' 책을 읽으면서 좀 마음을 조절해 본다. 하루 종일 힘이 많이 들었다. 오전에 동생 병원 진료 때문에 급히 나왔다. 내가 돌보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만 해도 딱한 노릇이다. 나는 이렇게 내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 본다. 약속시간 11시 30분까지 가야하는데 예기지 못한 일정 변화로 5분 정도 늦어버렸다. 걱정을 좀 했다. 그런데 동생은 벌써 진료를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견하고 반가웠다. 농막 지나서 면소재지에 가서 오늘은 은행 거래에 대해서 좀 알려주려고 작정하고 현금 카드도 새롭게 발급 신청해 주었다. 동생이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은 가르쳐주어야 할 것 아닌가. 농막 안이 너무 더웠다...

마음의 밭 2022.03.22

그해의 농막일기 6(농막의 봄, 2012. 3. 31.~2012. 4. 15.)

청솔고개 2012. 3. 31. 토. 맑음 오전에 세차를 하였다. 마음이 좀 개운해진다. 뜰의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힌다. 꽃을 보아도 아름다움과 기쁨을 모른다면 내 마음은 도대체 어찌 되어가는 걸까. 점심 때 아내의 권유로 동생 농막을 찾았다. 우리 형제가 왜 이리 되었는지. 새삼스레 처지와 신세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동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아직 제 앞가림하기엔 좀 부족한 듯하다. 내가 빨리 채워 넣어 주어야 할 텐데. 인근 식당에 가서 짜장면 한 그릇씩하고 형제의 우의와 관계를 확인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큰집에 들렀다. 두유와 보리빵 한 통을 사들고 갔더니 좋아하셨다. 어머니께서 나를 보시더니 울먹이셨다.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다. 손을 잡아드렸다. 아버지는 건재하시다. 동생 근황과 농지원부..

마음의 밭 2022.03.21

그해의 농막일기 5(농막 생활의 적응, 씨감자, 퇴비, 비닐 구입, 감자심기, 2012. 3. 15.~2012. 3. 22.)

청솔고개 2012. 3. 15. 목. 맑음 저녁에 동생한테 갔다. 깜깜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동생이 반가운 낯빛으로 나를 대하니 형제간의 정의(情誼)가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다. 아내가 챙겨주는 오렌지와 꽁치 등을 갖다 전했다. 그래도 이제는 동생 얼굴 표정도 좋아지고 생기가 좀 돈다. 다행이다. 고맙다. 동생아. 2012. 3. 17. 토. 흐림 12시 좀 지나서 농막에 갔다. 아내가 싸준 찰밥과 미역국을 내주었다. 동생이 누구 생일이냐고 물었다. 너의 형수 생일이라고 했다. 너의 생일도 다음 주 화요일 음력으로 2월 27일 아니냐고 했더니 맞는다고 했다. ‘그 동안 생일 밥은 챙겨 먹기라고 했는지. 이걸로 그 생일 밥 대신이라도 하렴. 동생아.’하고 속으로 전해 본다. 내가 내일 모레는 ..

마음의 밭 2022.03.20

그해의 농막일기 4(농막이사, 채전밭 일구기, 묵밭에 묻은 쓰레기 파내기, 2012. 3. 10.~2012. 3. 11.)

청솔고개 2012. 3. 10. 토. 흐림 10시에 이것저것 모두 준비해서 큰집으로 향했다. 아내도 반찬이랑 비누 등 생필품을 챙겨주었다. 고맙다. 큰집에 가니 여기는 준비가 덜 되었다. 나도 모르게 이사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약간 투덜거려진다. 시장과 하나로 마트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풀, 생수, 라면 등 여러 가지를 동생과 같이 준비해서 갔다. 아침엔 진눈개비가 내리더니 날이 좀 춥다. 이것저것 치우면서 점심은 시험 삼아 라면을 끓여먹어 보았다. 동생에게 휴대용가스버너 사용법도 일러 줄 겸. 그런대로 생활이 되는 것 같았다. 오후엔 문 뒷면 등 아직 좀 더러운 부분을 도배했다. 한결 깨끗해진 게 보기 좋았다. 햇빛에 말리려고 했던 침대 매트는 날씨 변덕 때문에 몇 번이나 내놓았다가 들여 놓곤..

마음의 밭 2022.03.19

그해의 농막일기 3(소파, 탁자 옮김, 농막으로 이사 준비, 2012. 3. 5.~2012. 3. 9.)

청솔고개 2012. 3. 5. 월. 비 ㅈㅂ아재한테 이번 토요일에 이사를 할 터이니 마무리 준비 좀 해 달라고 했다. 고향 모임에서 8월 1일부터 5일까지 중국 황산까지 동갑계 회갑 여행 계획을 확정지었다. 입김이 끼어 차창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깜깜하다. 천천히 몰고 갔다. 큰집에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속에서 뭔가가 뭉클 솟아오른다. 어머니께서는 누워계시고 아버지는 잠옷차림으로 주무시려고 한다. 여전히 반가이 맞아 주신다. 죄송하고 고마우시다. 이번 주 토요일 이사한다고 동생 농막 이사 일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렸더니만 반색하신다. 어머니께서도 무척 궁금해 하시고 한 번 가보고 싶어 하신다. 일단 이사를 단행하고 구체적으로 파종할 것도 말씀드렸다. 동생도 간절히 바라는 바라고 말씀하셨다. 그래, 이거다...

마음의 밭 2022.03.18

그해의 농막일기 2/ 버려진 농막 손질, 농막에서의 꿈(2012. 3. 1.~2012. 3. 3.)

청솔고개 2012. 3. 1. 목. 흐림. 동생과의 약속시간에 마음이 많이 바쁘다.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불편하지만 이제는 돌입하는 게 옳을 것 같았다. 특히 실내화는 준비해야하는데 안 돼 있었다. 이것저것 준비해서 도배를 했다. 마치고 큰집에 가서 아버지께 작업 경과를 말씀드렸다. 2012. 3. 3. 토. 비. 계속 비가 온다. 아침 9시까지 약속대로 큰집에 갔다. 조금 있으니 동생이 왔다. 농장 농막에 가서 비닐 장판도 깔고 문 도배도 하고 마무리했다. 동생이 의욕을 가지고 하니 보기 좋다. 이건 노동이 아니다. 그대로 치유의 과정이다. 출입문 비닐 입히는 건 동생이 제 능력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끊임없이 지지하는 발언이 중요하다. 칭찬하고 인정해 주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성취감, 자신..

마음의 밭 2022.03.17

그해의 농막일기 1(소득 작물 물색, 현지답사 및 영농계획의논, 농막정리정돈 및 청소, 농막은 마음의 밭 2012. 2. 17.~2012. 2. 29.)

청솔고개 2012. 2. 17. 금. 맑음 고향 ㅈㅂ친구에게 연락해서 만나자 했다. 친절한 친구다. 친구이기도 하지만 대소가의 먼 증조항 뻘이다. 호칭과 지칭이 항상 걸린다. 우선 친구라고 할 밖에 없다. 간단히 밭의 위치와 상황을 살펴보고 옆의 ㄴㄱ가든 식당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ㅈㅂ친구는 소득이 좀 있는 작물을 선정하도록 하고 동생 한 번 면담하겠다고 했다. 나는 동생이 할 수 있는 거를 우선으로 하고 동생의 처지를 소상히 설명하였다. 치유의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설명했다. 2012. 2. 20. 월. 맑음. 동생을 데리고 고향 마을 밭에 나가보았다. 11시 30분에 만나자고 아버지를 통해 동생과 약속을 했는데 거의 12시가 다되어서 동생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다리고 있었다. 큰집에..

마음의 밭 2022.03.16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치렁치렁 삼단 같은 머리채에 검고 깊은 눈매의 그 처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처녀는 옅은 미소를 띠면서 나를 보았다. 나는 순간 떨리는 마음에 얼굴마저 화..

"……얼굴을 가린 나의 '신부'여", " 꿈에서 그 소녀 같은 모습이 몇 번 나타난 것 같았다. 55년 전 일이다." 청솔고개 세상 모든 남성들에게는 일찍 속으로 품었던 구원의 여인상이라는 게 있다. 나는 어떤 구원의 여인상을 꿈꿔왔던가. 내게 어린 시절부터 강렬한 이미지로 작용한 것은 몇몇 소설 장면이나 영화 화면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이미지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예를 들어, 춘원의 '유정'에 나오는 남화노선의 딸 '남정임' 같은 비운의 여성, 영화 '라이안의 딸'에서 자유로운 사랑을 위해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여주인공 '사라 마일즈'는 나의 첫사랑이라 결코 잊지 못한다. 괴테 '파우스트'의 '그레트 헨', 단테 '신곡'의 '베아트리체'에서 발현되는 신성과 절대성은 천상의 사랑이라 범접하기가 두렵다...

마음의 밭 2022.02.20

나의 '두이노의 비가(悲歌)'

나의 '두이노의 비가(悲歌)',   "내가 늘 불안한 마음으로 찾곤 했던 검붉은 대학병원의 담벼락은 긴 장마에 축축이 젖어 있었거나 아니면 한 여름 불볕에 달아 있었다."                                                                                                                   청솔고개  나는 곧 평생토록 가지 않은 길을 가보아야 한다. 그 길은 참 낯설다. 생전 처음 접해 보는 수술이다. 척추 수술인데 딱 일 주일 남았다. 내가 이런 낯선 길을 가는 심경에 사로잡혔던 적이 오래 전에도 한번 있었다. 내 20대 초반, 그해여름, 대학병원 벽돌담 옆 벤치에서 검진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던 내 모습이 회상된다..

마음의 밭 2022.01.10